몰입
6월 6일. 월요일
오늘까지 연휴 3일 동안 무척 바빴다.
남들은 놀러 간다고 바빴는데 나는 집에서 혼자 바빴다.
주말이나 연휴면 특식을 해 먹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라면을 먹기도 했다.
이유는 뜨개질 때문이다.
지난주에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백 하나 뜬다고 시작했는데
일이 커졌다.
하나를 뜨고 나니 너무 만족스럽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새로운 것을 뜨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나 둘 뜨기 시작하니 자꾸 새로운 걸 뜨고 싶고
이제는 가방에 장식할 꽃이나 태슬도 만들고 싶어 진다.
남는 시간에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야
생산적인 일이고 보람도 있다.
그러나 일상의 다른 일들을 젖혀두고 몰두하는 건
과한 것 같다.
이제는 연휴도 끝났으니 내일부터는 정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한번 발동 걸리면 제어하기 힘든 나 자신이 불안하다./걱정이다.
오프라인 쇼핑
6월 7일. 화요일
오랜만에 옷을 사러 마트에 갔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품절이 됐다고 해서
직접 매장에 가게 되었다.
내가 사려고 했던 제품은 없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도 상품도 훨씬 다양했다.
예상치 못한 세일 상품도 많아 생각보다 만족한 쇼핑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직접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도 심했고 그 이전에도 편리함 때문에
점점 온라인 쇼핑을 애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다 보니
오프라인의 장점을 자꾸 깜박하게 된다.
온라인보다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드는 것 같지만
다양한 상품을 직접 보고 입어볼 수도 있고
오늘처럼 오프라인 세일 상품도 있다.
흔히 밸런스라고 하는 것이
온 오프라인 쇼핑에서도 필요한 것 같다.
날씨 탓
6월 8일. 수요일
하루 종일 온몸이 찌뿌듯하다.
밥맛도 없고 의욕도 없고 몸이 무거워서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늦은 오후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니
반둥거린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콕 집어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걸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
아무래도 요 며칠 해도 안 나고 비도 오락가락,
잔뜩 찌푸린 흐린 날씨 탓이다.
매실 딜레마
6월 9일. 목요일
드디어 매실의 계절이 욌다.
단골 슈퍼마켓마다 매실이 보인다.
작년에 산 매실로 매실청도 담그고
매실주도 담가 잘 먹었다.
나는 매실주용으로 3킬로만 온라인으로 이미 주문했는데도
눈앞의 싱싱한 매실을 보니 너무 탐이 난다.
오프라인에서는 10kg 한 박스씩 파는데
이렇게 많이 사서 다들 무얼 할까 싶다
사서 장아찌도 사고 싶은데 너무 많다.
10킬로까지는 필요 없는데
아쉽지만 장아찌는 내년에 담그는 걸로.
여름김치 담그기
6월 10일. 금요일
오후 내내 김치를 담그느라 진땀을 뺐다.
열무와 얼갈이가 세일하길래 일단 사들고 들어왔다.
냉장고에는 깍두기 담근다고 사놓은 무에 오이까지 가득하다.
며칠 전부터 우중충한 날씨에 꼼지락거리기 싫어
게으름을 피웠는데 더는 버틸 수가 없다.
큰맘 먹고 판을 벌였다.
오이소박이에 무 석박지 부추김치 먼저 담갔다.
얼갈이와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
저녁으로 치킨 사다가 노동주로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2차로 열무 얼갈이김치 담그고 뒷설거지까지 하고 나니 저녁 9시다.
김치 냄새 털어내려 씻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
마치 겨울 김장한 뒤 같다.
그래도 여름 내내 김치 걱정 없이 지낼 생각을 하니 한껏 보람차다.
여행 계획
6월 11일. 토요일
새벽에 잠이 일찍 잠에서 깼다.
침대에 누워 머리맡에 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
하릴없이 이것저것 검색하는데 호텔 광고 팝업이 뜬다.
오호! 하는 생각에 얼른 눌러보았다.
평소 같으면 무시했을 광고인데
7월 친구와의 여행 계획이 생각났다.
코로나 이후 2년 만의 여행 일정을 을 잡았는데
그냥 국내 어디라고만 말해놓은 상태다.
한동안 여행을 입고 지냈더니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게 영 어색한 건지
그냥 미뤄둔 상태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호텔 광고에 숙소나 알아볼까 클릭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폭풍 검색을 했다.
정보를 찾다 보니 한 달 남짓 남은 여행일자에 마음이 급해진다.
추천 여행지, 여행 상품, 교통편 등을 알아보다
아예 본격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정신없이 여행정보를 찾다가 문득 드는 생각,
이젠 정말 코로나는 잊은 건가?
애플파이
6월 12일. 일요일
집에서 애플파이를 만들었다.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시든 사과를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하나
설탕에 조려서 파이 만들 생각이 났다.
사실 파이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레시피와 동영상을 찾아보니 별로 어려워보지 않아서
판을 벌였다.
제대로 된 제빵도구도 하나 없이
있는 도구를 이용해 흉내만 냈는데도
기대 이상이다.
모양은 좀 어설프고 사과는 좀 밋밋했지만
바삭한 파이 식감이 좋다.
이제 나도 드디어
제빵의 세례에 발을 들여놓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