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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May 25. 2022

5월 16일 ~ 5월 22일

20주

열감

5월 16일. 월요일


나이로는 이미 갱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갱년기를 실감할 수 있는 증상은 별로 없다.

한동안 불면증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좀 나아졌다.


요즘 갑자기 등 쪽부터 후끈후끈하고 더워진다.

낮에는 여름만큼 더워진 날씨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서늘한 저녁에 더 몸이 화끈거린다.


이런 게 소위 말하는 갱년기 열감인가?

예전 나의 엄마, 주변 선배들, 친구들이 말하던

시도 때도 없이 얼굴까지 화끈거려서 힘들다는 그 증상이다.


이미 나는 갱년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훅' 올라오는 열감에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온다.


갱년기 호르몬제? 영양제? 라도 알아봐야 할까?




장날

5월 17일. 화요일


오늘은 우리 동네 시장 장날이다.


상설 시장이지만 10일에 두 번 장이 선다.

평소에는 음식점과 입점 매장 외에는 너무 한산하고

장이 서는 날에도 그리 규모가 크진 않다.

그래도 장날에는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운 각종 노점상들로

진짜 시장 분위기가 난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TV 속 시골 장터를 기대하고 갔다가

너무 크게 실망을 해서 한동안 가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에는 사람을 피하고 온라인 위주로 장을 보니

더욱 갈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장날 시장을 찾았다.

시장 안 단골 음식점에 가서 칼국수도 먹고

오래간만에 기웃기웃 장 구경도 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시시하던 시장 풍경이 신기하고 정겹다.

할머니들이 차려 놓은 노점상에서  쑥도 한 봉지 사 왔다.

동네 슈퍼에서 아무리 찾아도 없던 쑥인데...

저녁에는 된장 풀고 구수한 된장 쑥국을 끓여야겠다.

 



상추

5월 18일. 수요일


베란다에 상추 모종을 심었다.

달력을 보니 벌써 심은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런데 상추는 처음 심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여전히 조그마한 상추를 보니 궁금증이 생긴다.

물도 마르지 않게 잘 주고 환기에 햇빛에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

그동안 저 녀석들은 물 먹고 햇빛 먹고 뭘 한 걸까?  


코로나 시국 이래 3년 동안 나는 상추 키우기에 들인 돈이

1년 동안 내가 사 먹은 상추값보다 많은 것 같다.

집에서 제일 키우기 쉬운 채소가 상추라는데...

우리 엄마는 옥상에 아무렇게나 심어놔도

먹고 버릴 만큼 상추를 딴다는데...


도대체 나는 왜 상추 한 잎을 제대로 따 먹어보지 못한 건지

그 이유를 찾아 오늘도 나는 온라인 검색을 하고 있다.


 


손맛

5월 19일. 목요일


그동안 재료만 사고 미루던 밑반찬을 만들었다.

사서 쟁여두었던 재료들로

냉장고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두부조림, 소시지 계란 부침, 메추리알 장조림, 오징어채 무침까지

오래간만에 반찬을 많이 하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듯 뿌듯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어느 하나 입에 짝 붙는 게 없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입맛이 이상해졌나 문득 걱정이 된다.

예전에 엄마도 갑자기 음식의 간이 짜고 싱겁고 그러다

점차 음식 맛이 이상해졌다.


정말 그런 건가 곰곰이 되새김질해보니

늘 해 먹던 음식이라고 양념을 레시피북을 보지 않고 그냥 대충 어림으로 했다.

그래서 들어갈 거 다 들어간 거 같아도 무언가 2% 부족한 맛이 난 거다.


재료와 양념의 정확한 분량과 그 미묘한 맛의 어우러짐을 내기에

나는 아직 손맛이 부족한 것 같다.




이벤트 쿠폰

5월 20일. 금요일


요즘 전보다 커피전문점 커피를 많이 사 먹는다.

날씨가 더워져서 얼음 가득한 아이스커피가 당기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핑계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머신에 캡슐커피도 종류별로 다 있고

냉장고에 내려놓은 콜드 브루 커피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커피전문점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산다.

그 이유는 이벤트 쿠폰이다.

우연히 100원짜리 커피 쿠폰을 받는 앱을 깔고 한 번 시 먹기 시작하니

크고 작은 이벤트 쿠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다.


원래 잦은 알림도 싫고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광고도 싫어

쿠폰이나 할인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우연히 커피 쿠폰 하나에 혹해서

커피를 더 자주 사 먹고 심지어 쿠폰 유효기간 때문에 필요 없는 커피까지 산다.


오늘 저녁에도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쿠폰 때문에

커피 가러 나갈까 한참 고민을 했다.

당장 지우려다가도 내일이 마감인 쿠폰이 마음에 걸린다.


'내일 마지막으로 이것만 사 먹고 진짜 지워야지...'




[영화] 범죄도시

5월 23일. 토요일


영화 범죄도시를 봤다.

5년 전 처음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보고

명절 때 특선 영화로도 다시 본 적이 있는 영화다.


최근에 범죄도시 2 가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들이 1편도 보지 못했다는 말에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꽤 오래된 영화인데도 그 잔인했던 기억이 잊히질 않는다.

영화관에서 볼 때도 상영시간 내내 손으로 눈을 가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집에서 보면서도 거실과 방을 오가며 무섭다를 연발했다.


소름 끼치게 무섭고 잔인했지만 꽤나 재미있게 본  영화라

2편도 기대가 된다.


잠깐씩 코로나를 잊을 만큼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있는 요즘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부터 해야겠다.

 




환불

5월 22일. 일요일


다이소에 가서 물건을 환불했다.

나무 선반이었는데 높이와 길이가 애매했다.

천 원 더 주고 3000원짜리 긴 선반을 다시 샀다.


전에는 좀처럼 물건을 환불하는 일이 없었다.

소심한 성격이라 환불하는 게 좀 불편해서

큰 금액이 아니면 그냥 두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천 원짜리도 물건도 사서 아니다 싶으면 환불한다.

사회적으로 환불 시스템이 자리잡기도 했지만

한 번 두 번 해보니 마음이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생긴 문제점 하나, 전보다 쉽게 물건을 산다.

전 같으면 물건의 치수까지 꼼꼼히 재 와서 신중하게 고려했다면

요즘은 일단 사고 본다.  

안되면 교환이나 환불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확실히 물건을 더 쉽게 사고 소위 충동구매도 늘었다.

환불이라는 좋은 제도가 나를  신중하지 못한 소비자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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