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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Aug 15. 2022

8월 8일 ~ 8월 14일

32주

폭우주의보

8월 8일. 월요일


폭염도 모자라 폭우주의보까지 내렸다.

내가 사는 곳은 그래도 소나기 정도 내리고 말았는데,

서울은 물폭탄이 내렸나 보다.


지하철 역이 물에 잠기고 자동차들이 물에 둥둥 떠다닌다.

걱정이 돼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폭우에 발이 묶여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국땅이 작아서 일일생활권이라고 하는데

이럴 때 보면 꽤 넓은 것 같다.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는 날씨 탓에

기후위기라는 말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밥하기 귀찮은 날

8월 9일. 화요일


유난히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꾸 졸리기만 한.

나에겐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크루아상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자마자

진한 에스프레소 내려놓고

그냥 잠이 들어 버렸다.


점심 무렵에 겨우 일어나

라면을 끓여 밥 말아먹었다.


저녁은 아들이 햄버거 할인 쿠폰이 있다고 해서

옳다구나 외식을 했다.


집에 와 생각해보니 오늘은

삼시세끼 간편식이다.


뭐,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변덕

8월 10일. 수요일


서울처럼 물폭탄은 아니지만

며칠째 잔뜩 찌푸린 하늘에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흐린 날씨 탓인지

이번 주 내내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다.


지난주엔 그렇게 원망스럽던 햇빛이 그리운 날이다.




프리 다이빙

8월 11일. 목요일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멋진 바다가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화면 속의 그 하늘, 그 바다도 너무 부럽지만,

그런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다이버들이 너무 부럽다.


산소통에 잠수복까지 갖춰 입은 스킨스쿠버가 아니라,

그냥 가벼운 수영복 입고 스노클링 장비 정도만 가지고

바닷속 산호초와 열대어들을 볼 수 있는, 딱 그 수준,

뭐 거창하게 프리 다이빙이 아니라도,

바다 수영하며 스노클링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수영 실력이 너무 부럽다.


구명조끼를 입고도, 무섭다고 사방으로 허우적거리고

파도 따라 해초처럼 떠내려가던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저 그림 그림 같은 바다에 다시 갈 때는

꼭 바다 수영을 배울 거라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

8월 12일. 금요일


남들은 불금이라고 놀러들 나가는데

딱히 약속도 없는 가족끼리, TV로 영화를 봤다.

딱히 볼만한 영화가 없어 무난하게 별로 길지 않은

요리 영화를 선택했다.


유명 레스토랑 셰프가

SNS 요리 비평가와 시식평 때문에 다투다가

직장도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푸드트럭으로 재기하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뻔한 해피엔딩이지만,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비치부터

뉴올리언스, 텍사스를 거쳐 LA까지

다양한 풍경이 일단 멋지다.


마치 푸드트럭이 아니라 캠핑카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신나는 라틴음악과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샌드위치가 늦은 저녁 식욕을 과하게 자극한다.



삼계탕

8월 13일. 토요일


초복, 중복 다 건너뛰고

삼계탕을 못 먹었다.


월요일이 말복이라고 해서

이번에는 일찌감치 삼계탕을 해 먹었다.


사실, 최소 1주 1 치킨을 하면서,

복날 삼계탕 좀 안 먹은 게 뭐 대수라고.

하물며 삼계탕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뭐, 별건 아니지만

그래서 뭐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더 챙기고 싶어 지는,

 참 이상한 게 사람 심리다.



전순이

8월 14일. 일요일


1주일 전에 여름 세일한다고 싸게 팔던

부추를  한 단 샀다.

말이 한단이지 평소 팔던 한단의 2~3배는 족히 되는 양이었다.


일단 부추전부터 부치고 

잡채에 넣고, 칼국수에 넣고

요리조리 잘 썼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 움큼 이상 남은 부추,

더 이상은 보관하기 힘들 거 같아

절반은 잘라 냉동하고

절반은 부침개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남은 야채를 이것저것 넣다 보니

양이 불어나 꽤나 여러 장을 부쳤다.

금요일부터 계속 부쳐서 먹고 또 먹고.

오늘에야 겨우 다 먹어치웠다.


자칭, 타칭, 전순이인 나조차.

이번에는 좀 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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