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사체과 다니세요?

내가 어딜 봐서? Blind 창

by 모모제인


#1 수리야 나마스카라


두 발바닥을 꾹 누르고 어깨를 펴서 바르게 서요. 합장했다가 두 손을 천정으로 쭉 뻗고 가볍게 후굴. 허리를 깊게 숙여 두 팔이 바닥에 닿도록 내립니다. 왼쪽 다리를 뒤쪽 멀리 딛고 살짝 고개를 들어 시선 천정. 오른쪽 다리도 뒤쪽으로 쭉 뻗어 플랭크. 코어에 힘을 주고 잠시 유지했다가 두 팔을 굽혀 가슴이 바닥에 닿도록 하고 발등, 이마, 턱 순서로 바닥에 대었다가 팔을 쭉 펴요. 목을 길게 늘여 시선은 천정 쪽을 향하고 가슴을 쭉 펴 부장가아사나. 엉덩이를 높게 들고 팔도 쭉 뻗어 어깨를 가볍게 누른다는 느낌으로 늘립니다. 왼쪽 다리를 왼쪽 손목 옆으로 옮겨 딛고 고개를 살짝 뒤로. 숨을 내쉬며 오른쪽 다리도 왼쪽 다리 옆에 나란히 놓고 허리를 숙여 얼굴 무릎 가까이. 허리를 펴서 두 손 머리 위로 쭉 뻗은 후 다시 합장해요. 두 번째는 오른쪽 다리로 반복합니다. 한 사이클. 두 사이클, 세 사이클, 네 사이클, 다섯 사이클, 여섯 사이클.


옴.. 샨띠.

점차 마음의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느낀다.


#2 혹시 사체과 다니세요?


피트니스 센터는 대학 시절 살던 원룸에서 걸어서 30분, 지하철 정거장 거리에 있다. 오후 6시 반부터 9시까지, 독하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하루도 빼지 않고 꾸준히 다이어트를 했다. 매일 왕복 6km를 걸어 에어로빅을 다녔다.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몸을 마음껏 흔들고 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절도 있는 동작과 큰 키, 몸을 조금만 흔들어도 간지 나는 조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거기에서 평균 연령보다 한참 어리고 풋풋한 나이가 아닌가. 그 자신감 하나로 아무 거리낌 없이 거울 앞에서 펄펄 날았다. 그러다가 수업이 끝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딴 사람이 되었다. 탈의실에 오면 다른 회원들이나 선생님이 행여라도 말을 걸어올까 무서워 시선을 피한 채 도망치듯 나오곤 했다. 눈에 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투명 인간처럼 다른 회원들이나 코치들과 말을 섞지 않은 채 조용히 운동만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수업 시작하기 전 막간의 시간에 사이클을 타며 몸을 풀고 있을 때였다. 늘 그랬듯 그날도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 새로 온 듯한 코치가 다가와서 물었다.


"혹시 사체과 다니세요?"


음?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당황스러웠다. "아.. 아니에요." 한마디로 어색하게 넘겼지만 정말 궁금하다. 내가 어딜 봐서 체육을 전공한 학생처럼 보였었는지.




Energetic.

이게 나를 설명한 단어라는 걸 알았을 때도 그때만큼 당황스러웠다. 지인들이 나에 대해 평가한 단어들 중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은 단어다. 활동적이라는 말을 "외향적"이라는 의미로 느꼈기에 나한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헬스장 에소드를 떠올려 보니 이해가 되었다. 나는 활동적(energetic)이지만 수줍어하는(shy) 사람인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았다.

활동적인(Energetic)
1. 몸을 움직여 행동하는 것.
2.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힘쓰는 것.


옴마야! 이거 나 맞잖아?
(전율)
나에 대해 알게 된 첫 키워드들


#3 내적 에너지 vs. 외적 에너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새벽 요가와 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후 집안 잔해를 처리하는 이른 아침, 그리고 저녁 운동을 하는 시간뿐이다. 나머지 시간은 온통 내적인 에너지가 나를 휘감는 시간들이다. 이때는 한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다.


이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만 할까.

오늘은 최근 몇 주간 잠시 잊고 지내서 어느새 생경해져 버린 불안감이라는 놈이 나타났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가 뜨거워진 채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내 모습이 잠시 떠오른다. 갑자기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난다. 직장생활 그 자체에 대한 환멸감이 사라져 없어지려면 아직 한참 먼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그것과는 다른 직장생활도 있다고 힘을 주어 말한다. 과연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아직은 두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잠시 내가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은 몇 가지를 떠올려본다. 생각의 에너지를 몸의 에너지로 바꾸어 본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위로해 본다. 그 시간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오래된 고무줄처럼 축 늘어난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


내적 에너지를 따르는 일에도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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