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말하다 책 리뷰
소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작용합니다. 그 작용을 우리가 평소에는 의식하지도 못하고 의식할 필요도 없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소설의 가장 멋진 점 아닐까요? 소설은 적어도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 p.160 김영하, 말하다 中
이야기의 끝은 대체로 인물에 맡겨두는 편이에요. 인물들끼리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예상치 못하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요.
-p.143
제가 쓴 소설들은 제 인생의 각 단계별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출판이 되어 시장으로 나가면 그 연속성을 잃고 그냥 떨어져 나와서 상품으로 존재하게 돼요...(중략)... 저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금고에 넣어뒀다는 샐린저를 이해해요.
-p.166
제가 소설을 완성해서 띄워 보내면 이제 그것은 다른 세계예요. 부산에 와서 그런 생각을 해요...(중략)... 저의 관심사는 배를 최선을 다해 만들고 물이 들어오기 전까지예요. 바다로 나가면 남의 배가 되죠. 오래 항해하기를, 좋은 일을 많이 하기를 바랄 뿐이에요...(중략)... 소설을 쓰는 동안에 저는 오직 제 소설과 소통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소설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되면 저는 나오는 거죠. 그때부터는 제가 아니라 소설과 독자 간의 소통이 시작됩니다. 거기 제 자리는 없습니다.
-p.162
오래 생각해 온 어떤 문제는 유창하게 말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가벼운 대화에서 핀트를 잘 못 맞춰 오해를 사는 일이 잦았다. 글은 발표하기 전에 거듭하여 고칠 수 있지만,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말보다는 글을 쓰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p.240
작가가 되어 책으로만 보던 위대한 선배작가와 시인을 만난다는 것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은 현실에서 만나도 훌륭한 분들이지만 작품이라는 아우라 뒤에 숨어 있을 때 더 신비롭고 멋졌습니다.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