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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세상을 응원해

아름다운 동맹

by 모모제인

아이 셋,

확실한 장점 하나는 자기들끼리의 "동맹"이다.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짝지어 적군을 물리치려고 똘똘 뭉친다. 동맹은 때에 따라 2,3호기가 되기도, 1,2호기가 되기도 하지만 변치 않는 게 있다면, 적군은 항상 "엄마아빠"라는 거다.


가장 동맹이 굳건해지는 때는 혼날 짓을 했을 때다.

적군이 들이닥치는 소리가 들린다!

후퇴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

3호기는 애교작전 발사.

2호기는 힘으로 제압 발사.

1호기는 전략가다.


이럴 때 보면 화합이 참 대단하다. 1호기의 통솔에 착착 힘을 합쳐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세 아이 머릿속에는 엄마 아빠의 행동 패턴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엄마한테 교섭 여지가 있다면 1호기가 먼저 나선다. 마무리는 3호기의 애교로!


앗. 아빠다! 아빠한테는 먹히지 않을 테니 정면돌파는 무리다. 좀 돌아가더라도 일단은 수그리고 기회를 다시 노린다.




항상 셋 동맹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

세 명이 보통은 2대 1로 갈리고, 혼자 남은 하나는 적군과 연대를 시도한다. 적군의 편에 서면 리스크는 있지만 막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3호기는 적군과 연대가 잦다.

1호기와 2호기는 남몰래 3호기를 배척한다.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꼴이 보이면 악담을 퍼부으며 방어기제를 발휘한다.


3호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침에 세 아이가 함께 집을 비우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1호기와 2호기는 엄마 말을 무심히 뒤로 하고 내빼듯 집을 나서기 일쑤다.

오늘은 엘베에 세 아이를 쑤셔 넣다시피 해서 보냈다.

엘베 안의 소란이 흩어지는 잔상처럼 멀어져 간다.


너 때문에 늦었잖아.
내가 그래서 너랑 안 가는 거야!
-성난 1호기 목소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맘 상한 3호기가 앞서 총총 걷는다.


엄마 마음은 3호기가 짠하지만 어쩔 수 없다


2호기 문장완성하기 숙제




나는 그들의 세계를 알 수 없다.


섣불리 혼자된 한 명을 위로할 수도,

고자질만 듣고 잘잘못을 가려 줄 수도 없다.


마음이 치우치지 않았다고 자부해도 각자가 느끼는 편향성은 피할 수 없다.


분명한 건 각자의 특성과 어떤 상황의 맥락이 만나서 생기는 사소한 오해들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가 가진 달란트를 나누고 서로 합치면서 작은 사회를 만들어간다.


그걸 지켜보는 부모는 그저 응원할 뿐이다.

너희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모두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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