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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Aug 28. 2023

두 개의 졸업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제법 한 여름을 서서히 몰아내어 가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 가시지 않을 것만 같던 더위가 물러가듯이, 마치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마음도 때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2020년 봄.

업무분야였던 산업보안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앞으로 10년은 더 다녀야지, 하는 마음으로.


2023년 봄.

힘든 시기에 나를 붙잡아준 요가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지도자과정을 시작했다. 지도자과정 첫날,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했다. 나는 요가를 나이  80이 되어도 계속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2023년 여름.

개의 졸업.

퇴사를 했고 동시에 석사를 졸업했다. 미련이 없다면 거짓이지만, 오랜 고민 끝에 석사학위는 한 장의 종이조각으로 남았다. 요가지도자과정도 끝이 났다. 긴장에 절어 지냈던 마음이 만들어낸 여러 꺼풀들이 근육 여기저기 들러붙어 있다. 요가로 몸을 다루면서 여실히 알게 된 깨달음이다. 몸의 이 것들을 벗겨내는 게 내 평생 과제가 될 것이다. 굳어있는 어깨가슴은 조금 더 유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굳어있는 요추는 보호본능으로 강해진 복근과 조화를 이루며 힘을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굳어있는 고관절은 조금 더 멀리 걸으면서 시야를 넓혀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내 몸이 내 과거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게 되니 또다시 두렵다. 새로운 시작이 나의 한계를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몸이 유연하지 않은 요가강사라니.


지도자과정 수료식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런 몸으로도 할 수 있는 나만의 요가를 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개의 졸업장을 앞에 두고 조금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속에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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