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제법 한 여름을 서서히 몰아내어가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 가시지 않을 것만 같던 더위가 물러가듯이, 마치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마음도 때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2020년 봄.
업무분야였던 산업보안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앞으로 10년은 더 다녀야지, 하는 마음으로.
2023년 봄.
힘든 시기에 나를 붙잡아준 요가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지도자과정을 시작했다. 지도자과정 첫날,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했다. 나는 요가를 나이 80이 되어도 계속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2023년 여름.
두 개의 졸업.
퇴사를 했고 동시에 석사를 졸업했다. 미련이 없다면 거짓이지만, 오랜 고민 끝에 석사학위는 한 장의 종이조각으로 남았다. 요가지도자과정도 끝이 났다.긴장에 절어 지냈던 마음이 만들어낸 여러 꺼풀들이 근육 여기저기 들러붙어 있다. 요가로 몸을 다루면서 여실히 알게 된 깨달음이다. 몸의 이 것들을 벗겨내는 게 내 평생 과제가 될 것이다. 굳어있는 어깨가슴은 조금 더 유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굳어있는 요추는 보호본능으로 강해진 복근과 조화를 이루며 힘을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굳어있는 고관절은 조금 더 멀리 걸으면서 시야를 넓혀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내 몸이 내 과거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게 되니 또다시 두렵다. 새로운 시작이 나의 한계를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몸이 유연하지 않은 요가강사라니.
지도자과정 수료식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런 몸으로도 할 수 있는 나만의 요가를 찾겠다고힘주어 말했다.
두 개의 졸업장을 앞에 두고 조금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속에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