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어머님, 저 요가 일 하게 됐어요.
시모: 그래. 집에 있어도 무료하지 않게 잘 됐네.
부모님 세대에서 며느리란 "집(에 있는)사람"인 걸까.
언뜻 시간이나 때우려는 일로 여기시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 그렇게 받아들이실 수 있지.
내가 요가를 택한 것은 세 가지 가치를 충족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에 놓기
남들보다 더 적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을 갖기
시장에 오래 남아있을수록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필드에서 일하기
누군가에겐 4대 보험 안 되는 계약직 프리랜서로 보일지 몰라도 나의 프레임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곳에 있다. 프리랜서는 월급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직업이다.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환경에서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 수 있는 그야말로 "덕업일치" 수단이다. 요가를 발판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매일매일 샘솟고 있다. 수많은 가능성들 사이에서 무언가에 계속 주목하고 날카롭게 다듬어가고 있다. 진정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회사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면 할수록 피곤했다. 일의 본질보다 타인의 요구사항에 따라 실적을 포장하고 보고하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썼다. 물론 포장도 실력이라지만 주객이 전도되지는 말아야 했는데... 하고 싶었던 일이 내 발목을 잡던 경험이 쌓이면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최고라는 결론으로 통한다..)
지금은 이 모든 과정에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아사나의 형태로써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요가적으로 사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보여주기식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진정으로 보듬는 일이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 않더라도 수많은 요기들이 일상과 직업의 경계에서 그렇게 요가를 하고 있다. 요가는 몸의 기능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들 혼동하는 필라테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관절의 정상 가동범위"라는 기능적 한계를 "호흡이 편안한 상태"를 목적지로 두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숨을 쉬어야 하고, 그 숨을 어떻게 쉴 것인가에 대해 총체적으로 집약해 놓은 것이 요가라는 운동이다.
요가를 알아갈수록 배울 것이 참 많다.
기능해부학, 시퀀싱 기법, 아사나를 매일 공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심리적, 사유적, 철학적인 부분에서 요가수트라 필사와 소마틱스 전문가 클럽에도 참여하고 있다. 블로그, 인스타까지...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오래도록 할 시드를 심는 과정이다.
노예처럼 매여서 그 앞이 절벽인 줄 알면서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과거의 나를 알기에, 지금 나의 매일은 그 무엇보다 값지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