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제인 Aug 27. 2022

지키면 보통은 가는 상사의 3가지 조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평가를 받습니다.


"평가"라고 했을 때 여러분은 인사평가를 떠올리지 않으셨나요? 직장에서 평가는 팀장이 팀원의 고과를 매기는 행위를 뜻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팀원이 팀장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팀원이 팀장을 평가하는 제도가 있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결과를 믿지 않는 편입니다. 왜냐면 팀장 평가가 상위 조직평가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회사에서 성과급, 연봉협상 같은 보상에 한 근거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팀장이 고까워도 그것 때문에 내 연봉과 성과급이 깎이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저도 한번 솔직한 말을 쓴 적이 있었는데 팀장 워크숍에서 그걸 그대로 인쇄해서 보여준다는 걸 알고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었습니다.


팀장 그 위의 상사가 하는 평가? 그것도 팀원 입장에서는 그리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팀장이 그 위에 상사가 원하는 성과를 잘 가져다주려면 어쩔 수 없이 팀원을 잘 "이용"해야만 가능하거든요. 회사에서 원하는 성과를 위로 아무리 잘 가져다준다고 해도 그 팀장을 팀원들이 꼭 좋아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똑같이 일하는 옆 팀보다 더 인정받는 팀장 아래서 일하면 유리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건 대체로 "팀장 본인"에게 더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장도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니까요.  




그럼 팀장은 어떻게 평가할 수가 있을까요. 친한 동료들 사이의 뒷담화? 그게 제일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긴 합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팀장은 어떻게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인 것 같아요. 직장인 고민 중 대부분이 상사 때문에 일 못해 먹겠다는 것인 거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럼 상사는 포기하고 욕을 먹으면 될까요. 아닙니다.

그래도 같이 일하고 싶은 상사의 특징이 있습니다.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니까 기본적으로 일을 준다는 것 때문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얼마큼 주는지,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가 관건입니다.


팀장도 팀원들이 일하는 게 비슷하면 태도, 충성심, 애사심 같은 걸로 평가가 달라지는 것처럼, 팀원도 팀장을 평가할 때 일하는 게 비슷하면 그 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나 사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경험을 떠올렸을 때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일이 미치도록 많아 야근, 주말근무하던 때가 아니더군요.  박탈감, 배신감, 불편함, 부담감, 억울함 같이 그 사람이 나에게 보인 태도나 상황, 성격 차이가 크다고 느꼈던 때였습니다. 


팀장 성향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행복감이 결정되는 만큼, 보편적으로 이것만은 꼭 지켜주면 보통은 간다고 생각하는 3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사람은 모두 일하는 방식이 다르니 일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게 맞지만, 팀장이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되는 부하직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간 존중

-  바쁘냐, 나도 바쁘다. 


팀장은 항상 바쁩니다. 많은 사람을 관리하고 실무자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눈치 빠른 직원들은 상사 스케줄을 파악해 놓고 거기에 필요한 일정을 맞춥니다. 일정을 정해야 할 때는 대부분 상사가 편한 시간에 먼저 맞추고 다른 사람들 일정을 조율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팀원의 시간이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정해진 회의시간이 있는데 앞선 미팅이 빨리 끝났다고 예정된 시간보다 당겨서 많은 사람들을 소집하는 것.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늦으면서 다른 사람이 늦으면 혼내는 것. 휴가, 퇴근시간 이후, 출근시간 전, 점심시간 등 회사에서도 일 외적으로 주어진 개인 시간들에 간섭하는 것. 모두 사양합니다.



근태 인정

 - 쉴 때는 좀 쉽시다.


 저는 휴가나 퇴근에 대한 부담을 안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팀에 일이 많을 때나, 갑작스러운 휴가나, 긴 휴가가  필요하게 되었을 때, 피치 못한 사정을 이야기했을 때 팀장이 휴가를 이해해주면 엄청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휴가 전 후로 좀 더 열심히 수습하려고 자발적으로 노력할 동기가 됩니다. 어차피 가야 할 휴가인데 맘 불편하게 하고 승인하는 것보다는, 흔쾌히 가라고 하고 휴가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걸 공식적인 규칙으로 공표해주면 대인배 같은 인상이 듭니다. 그렇게 정해놔도 정말 급한 일은 연락이 오게 돼있고 휴가 중이라고 그걸 거부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본인 일에 프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퇴근도 마찬가지입니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을 대놓고 칭찬하거나, 칼퇴하는 사람에게 지나가는 말로라도 뭐라고 하면 팀원들은 눈치상 야근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대놓고 야근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런 눈치 싸움은 불필요한 긴장을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솔선수범
- 똑같은 규칙 적용하기


상사도 팀원과 마찬가지로 서로가 정한 규칙에 맞도록 똑같은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팀장이 규칙을 정하는 사람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종종 그 권한을 특혜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겁니다. 본인이 가진 힘과 권위를 누리는 방법을 깨닫고 그게 익숙해지는 무렵부터인 것 같습니다. 아래로는 본인이 정한 규칙을 강요하고, 자신이 불편하면 바꾸면 되는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회사는 윗사람의 성향에 맞추면서 사는 게 보편적이다 보니 그걸 잘못된 것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점점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은퇴한 중역들이 현역에 있을 때와 달리 다르게 주변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에게 맞춰주지 않는 현실에 상실감을 느낀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저는 변하지 않았는데 주변 상황이나 위계 관계에 의해 제가 대단한 사람처럼 대접받는 상황을 항상 경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대기업 고객사 담당자로서 이런 경험은 아주 많아서 이 점은 기회가 될 때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결론은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은 부하직원에게도 강요하거니 질책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참 간단해 보이는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3가지는 직장에서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한 건 아니라서, 불만이 있더라도 명확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라고 하셔 놓고 팀장님은 왜 그렇게 안 하세요," 라든가, "휴가 때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칼퇴해도 뭐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가는... 음.. 그다음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으시겠죠.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 바뀔 거라는 기대는 더욱 불가능할 거고요.



그래서 필요한 건 공감대인 것 같습니다. 팀장 주변에서 그걸 맞장구 쳐주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목소리 큰 사람들로 인해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게 팀 분위기가 되어 버리면 변화는 영영 불가능합니다. 팀장이 바뀌기 전 까진요.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만 이상하게 되어 버리는 거죠.



우리 다 같이 직장 생활하는 처지인데
제발 서로 그렇게 안 하면 안될까요



그리고 우리 평범한 직장인들도 직장생활 계속 잘해나가려면 일에 대한 불만과 태도에 대한 불만은 분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사가 내 일을 잘 이해 못 하면 내가 이해를 잘 시킬 수 있게 못한 거니까 그건 상사 탓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근데 태도에 대한 불만은 못 참습니다.

직장에서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구조라서 좀 억울하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팀장님 MBTI는 ASAP 이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