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른쪽에 달린 팔 2. 가장 가까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도와주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오른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당연히 엄마 배속에서 가지고 태어났지 뭘.
이딴 생뚱맞은 질문이 어딨나.
그럼 신체일부 말고, 누군가의 오른팔이 되는 것은?
같이 운동하는 언니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쌤의 오른팔이 누구고, 왼팔이 누구고, 하는.
세상에나!
회사에서만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취미로 운동하는 곳에서도 오른팔왼팔이 있구나.
재미로 하는 말이었지만 나름 신선했다.
어떤 사람이 오른팔이 되는가
회사 다닐 때 오른팔 왼팔 얘기는 밤새 해도 끝나지 않을 재밌는 주제다. 임원이나 팀장이 바뀌었을 때는 물론이고, 오른팔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 오른팔의 특권을 가지면서도 동료들과 등을 질 수 없는 자의 아슬한 시소 타기. 그 안에 있을 때는 때론 치졸하고 민낯을 드러내도 제삼자관점에서는 별 것 아닐 수 있는. 한 마디로 그 안에 인생의 갖가지 모습이 들어있다.
당신이 오른손잡이라는 가정 하에 오른팔은 가장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신체부위다. 오른팔의 속성이 그러하니, 오른팔처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적어도 그 사람은 내 의중을 가장 잘 알아주며, 알아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도준이 진양철 회장에게 그런 존재다. 진 회장이 순양자동차의 사활을 고민할 때 진도준이 오래된 진 회장의 차고에서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진 회장) 너도 내 자동차가 돈 많은 노친네 사치라고 생각하나. (진도준) 순양자동차는 지금의 순양을 만든 엔진 아닙니까.
진도준은 진 회장의 사업적 의중뿐만 아니라, 한 꺼풀 덮여 있던 그의 마음까지 읽어냈다. 내가 진회장이었더래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도준은 정말 그의 오른팔이었을까? 비즈니스에서 오른팔은 정치색이 없을 수 없다. 이익관계가 없다면 덜하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오른팔이 되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분명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회사에서 누군가의 오른팔은 그 사람만의 오른팔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나의 오른팔 역시 점점 더 영민해지 때문에.
아둔한 오른팔의 고백
나도 한 때는 오른팔이 되고 싶어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거기에서 멀어졌다. 진도준처럼 미래에서 자서전을 읽고 왔다면 쉬웠을까. 의중을 읽으려고 노력할수록 눈치를 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신뢰받는 사람은 대부분 확실한 소신과 자신감이 있다. 생각해 보면 너무 완벽하려고 했던 것 같다. 성과를 포장하는 일이 실제로 하는 일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그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역량치는 대부분 비슷해지고 그 외의 것이 중요해진다. 스스로 정해놓은 이상향이 실제 나의 모습과 괴리감이 커지면서 내면은 병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