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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Dec 17. 2023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해설자 : 오늘은 대한민국이 월드컵 16강행을 확정짓기 위한 마지막 조별리그전이 열리는 날입니다.

아나운서 : 우리의 16강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됩니까?

해설자 : 승패의 주사위가 다소 복잡하게 얽혀있네요. 우리가 승을 따내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상대로 두 점 이하로 승리해야만 우리의 16강이 확정됩니다.

아나운서 :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승리를 위해서 국민여러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날, 대한민국이 우루과이보다 먼저 승을 확정지었다.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우루과이전으로 쏠렸다. 우루과이가 2:0로 이기고 있는 상황. 줄곧 우루과이를 응원하던 우리는 그때부터 가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8분의 추가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 짧은 시간 동안 가나의 골키퍼는 우루과이의 수차례 유효숫을 멋지게 막아내며 2점차 패배를 확정했고, 대한민국은 그렇게 16강에 진출했다. 가나의 골키퍼는 2점을 먹고도 굴지의 영웅이 되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왜 갑자기 스탠스를 바꾸는데요?


직장생활 중에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여러 사람들의 입장차이에 대응하는 일이었다. 이게 복잡한 이유는 여러가지 현안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팀 전체예산을 가져올때는 협업해야 하지만, 올해 팀 예산을 나눠쓸 때는 동료와 경쟁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팀이 태만해지지 않게 채찍을 써야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잘하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 상대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지, 진짜로 잘하고 있는지 여부는 나의 스탠스와 상관이 없다.


축구경기에서 처음에는 우루과이를, 우리의 승이 확정된 다음에는 가나를 응원한 것처럼. 우리는 모두 16강 진출이라는 큰 목표에 따라 응원팀을 바꾼 것일 뿐이다. 내 우루과이 친구가 왜 갑자기 스탠스를 바꿨냐며 나를 미워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고백하자면 나는 직장에서 손바닥 뒤집듯 스탠스를 자주 바꾸는 사람들이 힘들었다. 그 안에서 느낀 여러 감정들이 꽤나 버거웠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반대편에 설 때는 서운해했다. 바탕에는 나와 너의 관계의 정의를 깨지 않으려는 고집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일테면 한번 적은 영원한 적이고 한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다, 그런 것?



시야는 넓히고 관점은 단순화한다


상황에 몰입해 있을수록 시야를 넓게 보는 것이 쉽지 않다. 내 의견을 거절하는 것을 나를 거절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직장의 인간관계는 더 어렵다. 그 안에서 느끼는 나, 그리고 우리의 관점이 충돌한다. 나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책에서 본 문구가 생각났다.


몸싸움이 없는 축구, 재미있을까요?
질문은 '패스', 대답은 '드리블'입니다.

결국 다소 부딪히고 넘어지더라도 경기인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태클 당해도 싫어하지 않고, 놀림받아도 심통내지 않기.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보다는 '오해 환영, 농담 OK' 같은 자세로 참여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플레이어 전원이 승리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니까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은

믿을만한 사람 하나 없다는 인간관계의 비관적인 일침이 아니라,


그 누구도 적으로 여기지 않고,

그 누구도 동지로 확신하지 않으면서,

오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각자가 행복해지기 위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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