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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Jan 05. 2024

죠비(Jobby)를 아십니까

취미와 밥벌이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열정은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가끔 여행도 가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한다. 돈 안 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이 무슨 뜬구름 같은 소린가 말이다.


그런데 인생을 조금 겪으달라진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의 글이다. 국영수보다 음미체. 나이가 들면 먹고사는 것 이외에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신에 필요없는 음미체가 실로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했다. 그동안은  먹고사는 일만 생각했다. 20대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30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와 사이버 보안을 전공했고 연봉도 적지 않았다. 취업 잘 되는 전공을 택해서 지금까지 왔다. 좋아하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했다. 지금은 퇴사하고 요가를 한다. 직장 다닐 때와 마인드 차이가 생겼다. 돈을 벌기 위한 일보다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


요가 덕분에 내 인생은 풍요로워졌다. 원래는 취미였다. 지금은 그걸로 돈을 번다. 직접 클래스를 기획하고 사람을 모은다. 예전 같으면 아이디어로만 남았을 일을 현실로 만든다. 풀타임으로 일할 때는 어림없던 일상도 즐긴다. 이렇게 사는 게 좋다. 하지만 불안은 현재를 좀먹는다. 언제까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을까. 이 취미도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내 아이디어가 사업성이 있긴 할까. 내 요가가 '죠비'라는 걸 깨닫자 고민이 사라졌다.




나는 100평 규모 전원카페를 대관해서 사람도 직접 모아서 요가를 가르친다. 요가원이나 GX의 페이강사가 아니다. 쉬운 길을 두고 어렵게 돈을 버는데요?라고 하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죠비입니다


죠비(Jobby)는 Job과 Hobby를 합친 말이다. 취미로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취미였던 요가가 죠비가 되었다. 관점도 변했다. 오랫동안 즐기려면 그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죠비의 진짜 의미를 간과하는 것 같다. 죠비를 하는 사람은 Hobby가 1순위여야 한다. Job이 치고 올라오는 순간 만족은 사라진다.  많이 벌어야 하니까. 죠비가 죠비로 남으려면 돈이  벌리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많고 적음 자체가 아니라,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이왕이면 다홍 치마지,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손익계산에 연연하면 계속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즐기기로 했다.


나는 '카페'라는 공간을 참 좋아한다. 좋아하는 에서 요가를 하고 싶었다. 요가선생님이니까 카페에서 요가를 가르친다. 사람을 모으는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 그럼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올까. 조금 색다른 일상을 원하는 사람들. 멀리 갈 여유는 없지만 가까운 곳에서 여행 온 것처럼 힐링하고 커피도 마신다. 요가로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도 온다. 개인적인 니즈. 가장 개인적인 것이 대중적인 것이라고 했던가. 시작한 지 한 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나와 비슷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짜릿하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경험이 소중하다. 돈이 들어오니까 더 신기하다. 


그럼 돈은 얼마나 벌었냐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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