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열정은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가끔 여행도 가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한다. 돈 안 되고 좋아하는일을 한다고? 이 무슨 뜬구름 같은 소린가 말이다.
그런데 인생을 조금 겪으면 달라진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의 글이다. 국영수보다 음미체.나이가 들면 먹고사는 것 이외에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필요하다는 것이다. 내신에 필요없는 음미체가 실로 인생을 풍요롭게한다고했다. 그동안은 먹고사는 일만 생각했다. 20대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30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와 사이버 보안을 전공했고 연봉도 적지 않았다.취업 잘 되는 전공을 택해서 지금까지 왔다. 좋아하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했다. 지금은 퇴사하고 요가를 한다. 직장 다닐 때와 마인드 차이가 생겼다. 돈을 벌기 위한 일보다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
요가 덕분에 내 인생은 풍요로워졌다. 원래는 취미였다. 지금은 그걸로 돈을 번다. 직접 클래스를 기획하고 사람을 모은다. 예전 같으면 아이디어로만 남았을 일을 현실로 만든다. 풀타임으로 일할 때는 어림없던 일상도 즐긴다. 이렇게 사는 게 좋다. 하지만 불안은 현재를 좀먹는다. 언제까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을까. 이 취미도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내 아이디어가 사업성이 있긴 할까. 내 요가가 '죠비'라는 걸 깨닫자 고민이 사라졌다.
나는 100평 규모 전원카페를 대관해서 사람도 직접 모아서 요가를 가르친다. 요가원이나 GX의 페이강사가 아니다. 쉬운 길을 두고 왜 어렵게 돈을 버는데요?라고 하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죠비입니다
죠비(Jobby)는 Job과 Hobby를 합친 말이다. 취미로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취미였던 요가가 죠비가 되었다. 관점도 변했다. 오랫동안 즐기려면 그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죠비의 진짜 의미를 간과하는 것 같다. 죠비를 하는 사람은 Hobby가 1순위여야 한다. Job이 치고 올라오는 순간 만족은 사라진다. 더 많이 벌어야 하니까. 죠비가 죠비로 남으려면 돈이 벌리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많고 적음 자체가 아니라,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이왕이면 다홍 치마지,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손익계산에 연연하면 계속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즐기기로 했다.
나는 '카페'라는 공간을 참 좋아한다. 좋아하는 곳에서 요가를 하고 싶었다. 요가선생님이니까 카페에서 요가를 가르친다. 사람을 모으는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 그럼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올까. 조금 색다른 일상을 원하는 사람들. 멀리 갈 여유는 없지만 가까운 곳에서 여행 온 것처럼 힐링하고 커피도 마신다. 요가로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도 온다. 개인적인 니즈다.가장 개인적인 것이 대중적인 것이라고 했던가. 시작한 지 한 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나와 비슷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짜릿하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이 경험이 소중하다. 돈이 들어오니까 더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