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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Oct 07. 2022

다섯 번째 팀장님 이야기

어떤 인연

지금까지 함께 일해 왔던 여러 팀장님 이야기를 브런치에 썼을 때, 이 글을 본 지인이 내게 물어왔다.


"다섯 번째 팀장님 이야기는 왜  안 썼어?"

"응, 이건 새 글로 따로 쓸 거야."


https://brunch.co.kr/@momojane/7



지인과 나는 둘 다 다섯 번째 팀장님 - JS라고 하겠다- 의 팬이었다.


JS와 나를 아는 주변 지인들은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JS에게 연락해 봤냐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지금은 가까이 없지만, 해외로 발령 가시기 전 함께 일하던 내내 내가 그분께 많이 의지해 왔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연락하지 않았다.


왜냐면, JS도 팀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옹졸한 걸까. "팀장은 팀장의 편"이라는 프레임으로 그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팀장이라도 스타일이 맞지 않은 팀원은 있을 수밖에 없고, 팀장을 오래 했을수록 팀장이 돼서 팀원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대처하는 적절한 방법을 많이 경험했을 것 같았다. 팀원인 나보다는 나라는 팀원 때문에 힘들어하는 팀장 편일 것만 같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은 채 많은 시간이 지났다. 가끔 업무적으로 연락할 일이 있을 때 힘들다는 뉘앙스를 비추긴 했지만 깊은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말만은 직접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직감에 따라, 최근 JS에게 앞 뒤 빼고 간단명료하게 소식을 전했다. JS는 안타깝다는 말로 담담하게 이야기하셨지만, 난 이미 그분이 대충은 이유를 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라는 건 내가 아무렇지 않아 질 때가 돼야만 글로 쓸 힘이 생길 것 같다.)



JS는 참 대단하신 분이다.

그분을 아는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유는 다 다를 것이다.


니는 JS 팀장님이 이래서 좋다.

나는 그분이 내가 실수를 했어도 어떤 말로도 나에 대해 선고 내리지 않기 때문에 좋다.

나는 그분이 인간적이기 때문에 좋다.

나는 그분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 점을 찍어주고, 그쪽으로 나를 이끌어 주기 때문에 좋다.

나는 그분이 그 어떤 팀장보다 공정하고자 노력하시기 때문에 좋다.

나는 그분이 본인 잘못도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볼 때 존경스럽다.

나는 그분이 팀원에게 미안하다고 할 때 존경스럽다.

나는 그분이 일하면서 굳이 팀장에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주시는 게 좋다.

나는 그분의 인간적인 면이 너무 편하면서도 팀장과 팀원 사이에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좋다. (실은 편하기보단 어려운 쪽에 가깝다.)


물론 단점도 존재했다.

단점 없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확실히 제로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최소한 일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아직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런 분은 처음 만나봤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분이 좋은 이유를 이토록 많이 써 내려갈  있을 줄이야.


이렇게 좋은 말이 많은데 몇 주 전 마지막으로 이야기했을 때는 "팀장님이 너무 그립습니다."라는 의뭉스러운 한마디를 했을 뿐이었다.



회사에서의 나는 일로서 평가받는 게 당연하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분을 알게 된 이후, 나라는 사람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회사도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걸 말이 아닌 그분의 행동으로 배웠다.


작년 이맘때쯤 일이 너무 힘들었을 때 그분이 나에게 해 주신 말이 있다. 회사 생활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돼 주시겠다고.

(아우~쓰고 보니 너무 오글거리네 ㅋㅋ)


그래 놓고 회사 뜻에 따라 떠나셨지만..

역시 팀장 말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 ㅋㅋ


JS는 같이 일하는 팀원 모두에게 리더가 되라는 덕담을 늘 하셨었다. 그때는 "리더 = 팀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팀장만 리더인 건 아닌 것 같다. 리더가 되는 연습은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너무나 필요한 기술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상사의 민낯"이라는 이 매거진에 리더십에 대한 글들을 계속 써나갈 생각이다.


혹시 아나,
나도 나중에 어디선가 팀장 하면서
그 분께 조언을 구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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