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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blanc Jun 18. 2021

33살 한쪽 가슴을 도려냈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여자

미혼 여성의 암 투병기, 가족, 연애, 일.. 아직 풀리지 않은 것들

"유방암입니다. 다음번에 오실 때는 가족들과 같이 오세요"

"네? 암이요?"

TV 속 드라마에서 보던 진부한 상황이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암"이라는 소리

근데 그게 나라니?! 그렇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거다.


요즘에는 암 환자가 많다. 한 다리 건너 건너 심심찮게 들려온다. 요양병원에는 하도 많은 암환자가 있어서 웬만한 환자는 취급도 못 받는다. 다들 암환자니까. 거기선 그게 당연한 거니까.

우선 의사의 말에 나는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수술하면 되는 거죠?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바로 가능한가요?"

"선 수술 후 항암에 들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가슴 한쪽은 절제하셔야 해요."

"........."

"요즘에는 부분 절제도 가능하지만, 가슴에 석회가 있어서 전절제하셔야 합니다."


 하.... 사실 난 가슴이 작았다. A컵이라곤 하지만 꽉 차지 않는 A컵.

이제껏 사귀었던 남자 친구들은 가슴크기가 다가 아니라며 귀엽다고 해주었으나 평균적으로 남자들이 원하는 사이즈는 B, C컵 아무튼 크면 클수록 좋아하는 게 팩트.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는 B컵이 되었지만 유두를 잃었다.)

아니 가슴 절제라니 미혼의 결혼 적령기 여성에게는 치명타이다.

이미 30대 중반의 나이로 결혼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는데 (작지만) 신체적인 매력까지 사라진다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침울했다.


이런 작은 가슴에도 유방암이 걸리다니. 그건 나의 생각이었다. 난 치밀 유방이었고, 10여 년 전인 20대 초반에도 양쪽 유방에 양성종양이 발견되어 맘모톱 수술을 받았었다.

가슴에 양성종양이 있단 것을 알게 된 것은 생리 때만 되면 가슴이 욱신욱신거려서였다. 그러다가 또 나아지고 생리 때만 되면 또 가슴통증이 재발했다. 이상하다 싶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수술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건 죽을까 봐라기보다는 수술비가 없는 상황이 너무 서러워서였다.


그 당시 아버지는 개인 사업을 하셨고 두 번째 가게를 국수 말듯 말아드시고 치킨 집을 오픈 한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나 역시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생이었고 당연히 모아놓은 돈은 없었다. 부모님도 마찬가시셨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는 법! 그 당시 유방암 수술을 하셨던 강원도 고모가 흔쾌히 수술비를 대주셨고 본인이 수술하셨던 곳을 소개해 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항상 때가 되면 고모가 아버지를 통해서 내가  매번 유방 검진은 잘 받고 있는지 확인하셨다.


하지만 살다 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치다가 6년 전 입사한 회사에서 매년 복지 명목으로 건강검진을 받았었고 2018년 6월 받았던 가슴 초음파에서 선생님이 가슴에 이상한 게 보인다고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 하셨다.

그걸 놓친 게 화근이었다. 첫 번째 아웃.


그리고 나서 이상함을 느낀 건 2019년 1월 샤워하다가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나서였다.

'양성종양이 또 생겼네. 하 수술해야겠네 수술하기 싫은데...'

두 번째 아웃.


2019년 4월 잡힌 멍울이 확 커졌다. 양성종양은 이렇게 커지진 않았는데 이상하다 싶어서 바로 병원을 가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쓰리아웃 체인지... 가슴을 잃게 생겼다.


의사 앞에서는 감정을 억눌렀지만 여동생과의 전화에서 난 오열을 하며 울게 된다

"동생아 나 암 이래... 엉엉엉.. 흑흑 흑흑..."

그렇게 몇십 분을 울었는지 모른다. 속 시원하게 한바탕 울고 나서 난 울음을 멈추었고 냉정함을 되찾았다.

집에 돌아와서 유명한 유방암 카페에 가입하였고  암으로 유명한 병원을 검색하였다.


그리고 나서 난 진단받은 병원이 아닌, 운이 좋게도 국내 탑 3 안에 드는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렇게 난 2019년 5월 24일 첫 번째 항암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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