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moblanc Jun 18. 2021

"나는 왜 유방암에 걸렸을까?"

내 잘못인가 너의 잘못인가 누구의 잘못인가

유방암에 걸리기 전 나의 좋지 않은 습관의심이 가는 일들을 나열해 보았다.


 1. 임신, 출산을 한 적이 없다.

 2. 커피를 매일 2-3잔씩 마셨다.

 3. 물을 잘 마시지 않았다.

 4. 술을 한 번 마시게 되면 끝장을 보았다.

 5. 매끼를 챙겨 먹지 않았다

 6.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 이상 걸렸다.(경기도민임)

 7. 하루 11시간 이상 앉아 있었다.

 8. 회식을 종종 했고 그때마다 육식을 즐겨 먹었다.(2주에 1번 정도)

 9.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서울 출근이기에 항상 피곤했다.(5년간)

10. (내 생각에) 예민한 편이다

11. 과거 양성종양 수술을 했었다.

12.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렇게 보면 나는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았던 것 같다.

하지만 위에 습관들은 대다수 직장인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닐 수 도 있지만) 나보다 심하게 몸을 혹사하고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단순 염증 수치만 높을 뿐 그렇다고 암에 걸리진 않는다.


이렇게만 보면 내 잘못이 맞다. 나는 젊음을 믿고 몸을 혹사시켰으며 건강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만 33살에 내가 암에 걸릴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할 가치가 없었다.

그건 나이가 들어서도 걸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진단을 받고 의사에게 물었다

"저는 왜 암에 걸린 건가요?

"항암 하기 전에 하면 안 되는 게 있나요?

"저는 몇 기인 가요?"

"우선 조직 검사를 해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여성 호르몬 수용체가 원인입니다. 항암 하기 전까지 너무 기름진 음식은 먹지 마세요. 그리고 기수는 2기 초로 예상됩니다"


첫 번째 '호르몬..!'

여성을 더 여성스럽게 여성의 성적 발달과 성장에 꼭 필요한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

이 호르몬이 작년부터 내 발목을 붙잡았다. 난 2018년 10월 자궁근종 수술을 했다. 그때 크기가 이미 9cm 정도였고 수술을 피할 수 없었기에 바로 로봇수술을 했었다.

자궁근종도 원인이 명확하진 않지만 그 원인 중 하나가 호르몬이었다.

생리양도 많았고 빈뇨가 심했었다. 무사히 수술을 끝냈고 증상들은 신기하게도 말끔히 사라졌다.

내 초점은 나의 자궁에 맞춰졌고 건강 검진의 가슴 초음파 따위는 싹 무시했던 것이었다.


유방암 조직검사를 받고 나서 결과를 기다릴 때에도

'설마 하나님께서 한 번의 고통을 주셨는데 또 아니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너의 생활 습관과 너의 유전적인 몸 상태로 인해 악성 결합체인 암이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원망스럽진 않았다. 하나님이 이렇게 날 만드신 건 아니니까.


두 번째는 스트레스

나는 항암을 하게 되면서 요양병원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다.

요양병원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이 많았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까나?

"언니들은 암에 걸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언니들은 하나 같이 암에 걸리기 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또한 몇몇 언니들은 화가 나는 상황이어도 제대로 화를 분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화가 마음에 쌓이고 쌓였던 것이다.

이렇게 암의 발병 원인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했지만 나 또한 암에 걸리기 전 1-2년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직장에서? 집에서?

아니! 불행히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이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지금은 내 인생의 오점이기도 하고 이제는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난 암투병 당시 이 모든 원인을 내 전 남자 친구에게 돌렸다. 사람이 간사한 게 내가 좋지 않은 상황이 닥쳐오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싶고 그 원인을 찾고 싶어 한다.

 "동생아, 나 너무 화가 나. 내가 이렇게 요양병원에 있게 된 건 모두 그 xx 때문인 것 같아. 나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지금이라도 그놈의 직장에 전화해서 사실을 이야기할까?"

 왜냐면 사귀는 동안 그의 강압적인 성격과 가스 라이팅, 그 외 입에 담기 힘든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바보처럼 1년을 만났고,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참을 수 없어 이별을 고하고 난 뒤의 해방감도 잠시. 2018년도에는 자궁근종 수술을 2019년도에는 암에 걸렸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은 전 남자 친구 탓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먼저 결혼한 동생은 생각도 깊고 상황을 멀리 내다보며 나보다 더 언니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언니 물론 지금 상황이 힘들고 마음이 아프지만, 이렇게 OO한테서 힘들게 빠져나왔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그 잘못을 따지게 되면 언니가 더 힘들게 될 거야. 이쯤에서 그만 잊자."


맞는 말이다. 굳이 따지고 과거를 들춰봤자 달라질 것이 뭐가 있는가?

난 암에 걸린 빡빡머리 환자일 뿐, 달리질 건 없었다.


동생의 말 한마디에 책임전가는 그만두었고 나는 치료에 집중했다.

앞으로의 나를 위해 더 성숙해질 나를 위해서 말이다.
























이전 01화 33살 한쪽 가슴을 도려냈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여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