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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사람 Aug 12. 2020

[쓰는 요가] 아쉬탕가를 하면 기분이 조크든요

1cm만큼의 믿음이 자라는 시간

제목 그대로다. 아쉬탕가를 하면 기분이가 너무 좋다. 저녁 아쉬탕가 수련을 끝내고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하고 집에 돌아와 후다닥 샤워하고 밀린 설거지를 마치고 이 기분을 놓치기 싫어서 바로 노트북을 열었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다. 아쉬탕가, 하타, 인, 인양, 플로우, 리스토레이티브, 인사이드 플로우...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요가가 있는지.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가는 아쉬탕가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쉬탕가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아쉬탕가가 너무 싫어서였다. 쉽게 말해 아쉬탕가는 너무 빡세다. 아무리 해도 늘지를 않았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아쉬탕가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뿐이라서 더 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들으면 그 호흡을, 그 리듬을, 그 에너지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수업은 못 듣더라도 아쉬탕가는 늘 들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탕가는 내게 너무 어려워. 


아쉬탕가는 정해진 시퀀스대로 수련이 이어진다. 동작의 흐름이 늘 같다. 하지만 보통의 요가원에서는 수련 시간이 1시간 정도라 전체 시퀀스를 다루지 못한다. 선생님마다 1시간 정도로 주요 동작들 위주로 해주시는 것 같다.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풀 시리즈를 하면, 9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사실 나도 아쉬탕가 풀 시리즈를 들어본 적은 없다. 아쉬탕가는 1시간만 수련해도 매트가 땀 범벅이 된다. “아쉬탕가 = 빡셈” 이건 정말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요가 수업을 처음 듣는 게 그 수업이 마침 아쉬탕가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묘한 기분이 밀려오지. 오늘 수업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지. 으이구 요가가 처음인데 아쉬탕가라니 다리가 후덜덜해서 나가겠구나. 요가는 스트레칭이라는 편견이 바사삭 깨져서 나가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오늘 수업은 정말 열심히 달렸다. 점프 백, 점프 쓰루 할 때마다 팔다리가 덜덜덜. 나바아사나할 때쯤에는 이미 내 영혼은 육체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하지만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몰랐다. 내가 다른 것도 아닌 가장 빡센 아쉬탕가에 빠질 줄은. 서른 중반이 될 때까지 운동이라곤 전혀 해본 적 없는 인간이라 당연히 빡세게 움직이는 수련은 나랑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 너무 빡세서 힘든데, 너무 힘들어서 너무 좋다. 이 무슨 변태 같은 기분이지? 할 때마다 에너지가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꾹꾹꾹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아쉬탕가 수련을 끝내고 나면 나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아쉬탕가 수련을 해낸 내가 너무 멋있다고 느껴진달까. 긍정의 에너지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마구 넘쳐난다. 


사실 아쉬탕가 요가를 처음 들었을 때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집에 가고 싶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혼자 넘어지고 자빠지고 아싸 호랑나비 김흥국에 다리 덜덜덜 떨며 진짜 코미디가 따로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아쉬탕가에 빠지다니 이거야말로 코미디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할 때마다 짜릿해! 늘 새로워. 늘 같은 시퀀스인데도 뭐가 이렇게 늘 다르지? 여전히 우티다 하스타 파당구쉬타나를 할 때면 아싸 호랑나비 김흥국이 소환되기도 하고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되지만,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정말 미세하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만 아는 만큼” 는다. 그래서 가쁜 숨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다섯 숨 동안 나는 자주 벅차오른다. 



사실 요가 지도자 과정을 고민하게 된 이유 역시 아쉬탕가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탕가 너란 아이, 너무 궁금해 더 알고 싶어. 지금 일주일에 하루 수련으로는 성에 안 차.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풀 시리즈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데, 그러다가 마이솔 수련이란 걸 알게 되었다. 마이솔은 아쉬탕가의 정해진 시퀀스를 모두 각자의 호흡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해내는 수련이다. 선생님이 있지만 다른 요가 수업처럼 구령을 붙여주진 않는다. 시퀀스의 순서를 몸으로 익혀서 스스로 해내는 수업이다. (누군가 이끌어주지 않아도 각자의 호흡대로 수련한다니, 그래서 더 멋있지 않나? 나는 사실 요가 하는 내가 멋있어. 그래서 더 배우고 싶나 봐...) 그런데 나는 아직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다 해본 적도 없고 순서도 다 외우지 못한다. 선생님의 구령을 들으면 ‘그래 다음이 이거였지’ 하지만 정작 혼자 하라고 하면 나는 매트 위에 망부석이 될지도 모를 일. 시퀀스도 다 못 외우는 가서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하면서 몸으로 익히면 되는 거지 싶고 갈팡질팡이다.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시리즈


아쉽게도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는 마이솔 수련이 없다. 아쉬탕가 요가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생님이 계신 곳에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이솔 수련이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어차피 조금 더 배우고 싶어서 요가원을 옮기는 거라면, 지도자 과정까지 밟는 게 배움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도자 과정을 등록하면 그 기간에는 해당 요가원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자 과정이 있는 요가원이라고 해서 마이솔 수련이 모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동안 방송작가 자료조사의 경력치를 쏟아부어 나는 마음에 드는 두 군데의 요가원을 찾았다. 하나는 목동에 있는 목동하타요가, 하나는 홍대에 있는 요가쿨라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 두 군데서 지도자과정을 밟아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추천 코멘트 좀 주세요) 일단 둘 다 선생님들이 아주 엄청나게 유명했다. 요가 선생님들도 많이 수련하는 곳이었고 그래서 더 제대로 가르쳐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몇 가지 장단점이 있어서 여전히 고민 중이다. 


먼저, 목동 하타 요가. 

- (진짜 이 선생님 이렇게 유명하신 분인지 몰랐지만) 아쉬탕가의 대가 같은 분이 계신다. 

- 아쉬탕가 다음으로 좋아하는 하타 수련 쌤도 정말 유명하다. 

- 지도자 과정을 들으면 마이솔부터 하타 등 심화 과정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 지도자 과정은 9월부터 시작. 매주 토요일 6개월 과정이다. 6개월이라 더 차곡차곡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통용되는 국제 요가 자격증은 아니다. 

- 단점은 집에서 멀다. 그래서 평일 수련을 열심히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다음은 홍대 요가 쿨라. 

- 빈야사 요가로 아주 유명하다. 

새벽 마이솔 수련이 있지만, 이 수업은 지도자 과정과는 별개로 따로 등록해서 들어야 한다. 

지도자 과정은 11월부터 시작. 매주 토일 주말 수업으로 3개월 과정이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기 때문에 평일 수련도 문제없다.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나오는 자격증이 국제 요가 자격증이다. 


사실 마음은 목동 하타요가에 더 꽂혀있다.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데 아쉬탕가는 ‘국제 공인 티처’가 있다. 인도 마이솔이라는 곳에서 매년 꾸준히 수련하고 인정받은 분만 국제 공인 티처가 된다고 하는데 목동 하타요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레벨의 선생님이 계시다고 한다. 그런데 목동까지 매일 새벽 내가 마이솔 수련을 다닐 수 있는 인간일까? 어차피 둘 다 좋은 곳이라면 가까운 요가쿨라가 나은 걸까. 두 군데를 두고 고민하며 얼마 전 수업을 마치고 좋아하는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다. 선생님 저 수다 좀 떨고 갈게요 하고. 뭔가 쥐뿔도 못 하면서 지도자 과정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게 낯부끄럽긴 했지만. 선생님의 상담은 그런 고민을 오히려 씻어내 주셨다. 


아 곱씹어도 우리 선생님 너무 멋있어. 제가 다른 선생님 말고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한 이유가 있었지요. 강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요가의 바른 자세, 철학들을 배우면 평생 꾸준히 수련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듣는 쪽을 추천해주셨다. 그리고 사실 놀라기도 했다. 내가 홍대... 라고만 했는데 “요가쿨라요?”라고 말씀해주시고, 목동.. 이라고만 했는데 “하타요가?”라고 해서. 선생님이 바로 아는 요가원인 걸 보니, 역시 자료조사 헛되게 하지 않았구나 뿌듯해하면서. 


선생님께서 해주신 얘기를 다 적을 순 없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두 군데 다 좋은 곳이라고 하셨다. 고민이 된다면 선생님과 주고받는 에너지도 중요하니, 두 군데의 수업을 한 번씩 듣고 결정해보라고. 


그런데 결정에 또 한 가지 고민되는 부분은 ‘국제 자격증인가 아닌가’였다. 강사가 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언젠가 더 쓸모 있는(?) 쪽을 택하고 싶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된다면 그것은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살게 되는 날일 테니 말이다. 말도 못 하는 내가 거기서 살려면 뭐라도 도움되는 자격증 하나을 따놔야지 싶은 마음에 기왕이면 국제 요가자격증을 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면에서 요가쿨라는 국제 자격증, 목동 하타는 국제 자격증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어차피 자격증은 다 민간에서 나오는 거라 RYT(국제 자격증)라고 하면 조금 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배울 수 있긴 하겠지만 그게 추천의 기준은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떼고 내가 꽂혀버린 선생님의 한 마디는.. “목동 하타는 국제 자격증은 아니지만, 만약에 인도에 갔을 때 김동진 쌤한테 아쉬탕가를 배웠다고 하면 알아주시죠”라고 하는 거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와 뭐야 그 정도로 유명한 선생님인 거야? 대박 멋있어. 난 왜 멋있는 거에 약하지” 사실 그때부터 매일 자기 전 나에게 물어보고 있다. “아침 7시까지 매일 목동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겠니? 매일 6시에 일어날 수 있겠니?” 정말 할 수 있을까.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또 옆길로 빠졌다. 아쉬탕가 수련일기를 적으려다 요가 지도자 과정에 대한 고민으로 또 흘러들어온 걸 보니, 내가 정말 지도자 과정을 듣긴 들으려나 보다. 참 인생이란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영어도 프랑스어도 1도 못 하는 내가 프랑스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운동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이 시작한 요가를 이제 지도자과정까지 고민하게 되다니. 무엇하나 의도한 바도, 예측한 바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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