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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 Jan 31. 2022

사수를 잃다

내가 소속된 팀의 팀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실의 대부분이 두려워하는 인물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어휴, 첫 팀장이 P 부장이라니..."라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위로의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P 부장님 밑에서 일했다고 하면, 이 회사 어디를 가도 알아줄 거야. 3년만 버텨, 모나 씨." 


사실 팀장님 성격이 그다지 젠틀한 편이 아니었고 다소 독선적인 면이 있었지만, 20명이 훌쩍 넘는 팀원을 이끄는 리더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나를 걱정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오히려 갓 입사한 나에게 팀장님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는 인턴이었던 나의 정규직 전환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메뉴판을 보면 '헉'소리가 날 정도의 집에 데려가 맛있는 식사를 (물론 법인카드로 결제했지만) 사주시기도 했고, 회사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도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주셨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H 과장님은 팀장님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유명했다. 

가끔 팀장님이 과장님에게 짓궂은 농담을 던지며 놀릴 때(or 갈굴 때)도 있었지만, 쿨한 성격의 과장님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다만 그것이 외모에 대한 농담이었을 때, 나는 팀장님을 위해 살짝이라도 미소 지어야 할지 과장님을 위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을지 고민했다. 많은 경우 내 선택은, 그것이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권력이 있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팀장님이 H 과장님에게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불쑥 회의실에 들어와서는 질문을 몇 개 던지고, 과장님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사람들 앞에서 그를 질책하며 면박을 주었다. 


과장님의 태도도 점점 변해갔다. 항상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이었던 사람이 팀장님만 나타났다 하면 극도로 긴장을 해서는, 우리와는 함께 편히 논의하던 내용임에도 제대로 보고하기 어려워했다. 이런 상황은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팀장님이 직원들 앞에서 과장님을 꾸중하던 어느 날, 과장님은 눈물을 터뜨리며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한참 후, 과장님은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난처해하던 TF 멤버들에게 그동안 팀장님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실 과장님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란 곳이 너무 소문이 빨라, 과장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소식이 다른 이의 입을 통해 팀장님에게 전해졌으며, 이후 팀장님이 과장님을 대하는 태도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팀장은 또 다른 한 여성 직원의 임신 소식을 알고 나서 퇴사를 권해 감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만큼 그는 여성 부하직원의 출산과 임신을 탐탁지 않아했던 것 같다.


팀장이 그렇게까지 과장님에게 모욕을 주었던 이유는 믿었던 팀원이 본인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지 않아서일 수도, 부하직원의 임신으로 인해 본인을 지지해 줄 사람을 하나 잃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라고 해도 팀장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 사건이 있고 몇 달이 지나 과장님은 자의로 부서 이동을 신청해 우리 팀을 떠났다. 

그렇게 팀은 훌륭한 인재를, 나는 좋은 사수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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