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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 Jan 30. 2022

엇갈린 줄 알았던 사랑의 작대기

당시 나는 인턴으로서 OO카드회사의 A팀과 B팀에서 순서대로 근무했고, 최종 희망부서로 B팀을 적어냈다. B팀의 업무량이 다른 부서와 비교하여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은 B팀을 기피했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더 척박(?)하더라도 성장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몇 주가 지나 (방콕에서 망고 밥을 먹던 그때) 최종 합격 메일을 받아보았는데 예상과는 꽤 다른 소식이었다. B팀과 나의 '사랑의 작대기(?)'가 서로를 향하는 줄 알았건만, 최종적으로 A팀에 배정이 됐다는 것이다. 'B팀에서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줄 알았는데' 싶어 다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입사 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B팀의 과장님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물으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얘기를 꺼내셨다. "모나 씨, 그때 꼭 B팀 오겠다고 큰소리치더니 결국 A팀 썼더라?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모나 씨 1 지망으로 써냈는데. 팀장님 얼마나 배신감 느끼셨는지 몰라, 한번 메시지로 인사라도 드려봐."


원칙대로라면 나는 B팀으로 발령이 나야 했으나, 인사팀이 모종의 이유로 결과를 바꾸어 A팀에 보낸 것이다. 바로 그 결정이, 내 3년의 회사 생활과 그 이후의 삶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17년 3월 2일, 신입사원 연수 이후 첫 출근 날이었다.


인턴 기간 내 금융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어떻게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의 전공을 살려 '아웃바운드 콜센터 상담원의 발화 방식과 고객 만족도/대출상품 실적의 연관성'을 주제로 과제를 수행한 바 있었다. 그 사이 새로 오신 실장님이 이 주제에 관심을 크게 갖게 되셨으니, 그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젝트로 실행하고 검증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인턴 발표는 신선함과 태도 측면에서만 평가한다기에 뒷감당은 생각 안 하고 던진 건데...' 싶어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의 출근 일정에 맞추어 TF가 이미 구성된 상태였다. 그렇게 매일 회의실로 출근하며 실전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회생활 첫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후 맡은 일은 간단하게 말해 대출상품의 실적 관리였다.

매일 출근 직후 전일 실적 지표를 뽑아서 일/주/월 별로 정리하고, 전주 대비/전월 동기 대비 등 다양한 기준으로 요리조리 숫자를 뜯어보았다. 숫자가 예상한 것과 차이가 많이 나는 등 지표 상 조짐이 좋지 않으면, 프로모션을 추가로 시행하거나 특정 고객 세그먼트를 집중 공략하는 식이었다.


A팀은 새로운 기획이나 전략이 필요성이 큰 부서는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부서에 비해 공채 출신 직원이 적었고, 상대적으로 파견직/계약직부터 정규직까지 전환된 직원들이 많다는 특성이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회사에서 채용 경로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이었다. 5년 만에 A팀 공채 신입으로 들어온 나는 많은 이들이 곱지 않은 눈초리로 주목하는 대상이 되었다.


 출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팀의 C 과장님이 나를 회사 근처의 카페로 불러냈다. C 과장님은 인턴 때부터 나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챙겨주던 인물  하나였다. 커피   하자던 그가 대뜸 본론을 꺼냈다. "모나 , 회사 사람들한테 인사 잘하고 다니지?"


과장님이 말을 이었다. "사실은 신입이 인사성 없다고 뒷말들을 하는  같길래 걱정이 돼서... "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이후로는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참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다. 고작 인사 같은 걸로 밉보이기 싫었다.




그래도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똑같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나를 불편해하는 것 같았지만, 좋든 싫든 매일 얼굴 보는 동료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서로 익숙해지고 편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C 과장님을 포함해서, 우리 실에서 가장 사교적인 L 대리님, 상냥한 S 언니, 유쾌한 W 언니 등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입사한 동기들도 서로에게 정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갓 학교를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에게는, 회사에서 새롭게 마주하는 일들이 쉽게 이해 가지 않고 낯설기도 했을 터였다.


퇴근 후 맛있는 음식과 술 한잔에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위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회사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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