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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 Jan 24. 2022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지금 다니는 회사에 근무한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업무를 하며 만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는 물론이고 학교 친구들이나 입사 동기들과 안부를 주고받을 때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바로 "전 직장에서 왜 나오셨어요?"이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머릿속에 있는 이유를 주섬주섬 꺼내어 보는데, 솔직히 '상대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 그때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지금도 '퇴사'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후회가 없다. 다만 퇴사를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 대해서는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당시에는 출근만 하면 숨이 바짝 조여와 퇴사만이 간절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좀 더 객관적이고 현명한 태도로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것들 말이다.




관련하여 나의 경험을  편의 글에 걸쳐 풀어내 보고자 한다. 앞으로 작성하게 될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과정

2)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겪었던 감정

3) 퇴사를 결심한 이유

4) 퇴사 과정에서 후회하는 점


혹여 오해할까 덧붙이자면, 나는 '직장'과 '연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참 비슷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 전 직장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와 관련한 해묵은 감정을 모두 정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2016년 여름, 약 두 달간의 인턴 근무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인턴 과정에 대한 평가를 거쳐 2017년 공채 신입사원으로 OO카드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90%의 사람들은 또 이렇게 질문한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면서 어떻게 카드사에 가게 되셨어요?"


이건 내 입장에서 보면 8할이 운인 상황이었다. 당시 회사가 '다양성'을 강조하며 채용을 진행하던 시기였고, 자소서에서는 '본인만의 독특한 경험'을 써내라고 했다.


대학 재학 당시, 소위 '취업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딴짓만 했기 때문에 다른 취준생에 비해 독특한 경험이 꽤 많았던 터였다. 2차 면접에서는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 소개하라는 요청을 받고 '언어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남 순천으로 방언조사를 가서 낮에는 농사일을 돕고, 저녁에는 어르신들의 방언 녹음하러 다녔던 경험이었다.


그들이 원했던 독특한 경험이 정말 그런 종류의 것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인턴에 합격하여 2개 팀에서 근무를 했고 최종 오퍼를 받게 되었다.


회사로부터 정규직 전환 안내 메일을 받은 그 순간, 나는 비 오는 방콕에서 젖은 옷을 말리며 망고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외쳤다.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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