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제작소, 소설 <오로라 이엘로>
“SEND 파동 말이야. 사람에 따라서 기복이 좀 있다고 하더만. 유독 강한 SEND 파동을 생산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들었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모을 예정이야. 전 인류의 0.01%밖에 안 되는 특별한 아이들. 그들만을 모아두고 철저히 교육시키는 거지. 졸업과 동시에 보수를 어마어마하게 주면서 오로라 제작소에 고용도 하고, 그들 가족이 전부 힘들이지 않고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보수도 줄 걸세. 인류와 공생하기 위한 사회 환원이랄까. 우리 입장에서는 절대 남는 장사는 아니야. 어쩌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걸 수도 있지.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한 거니까 기꺼이 하기로 결정했네. 어때, 이래도 내가 위선자인가?”
이사장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앉으며 턱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서류를 살피는 부낭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붉어져 있었다.
“0.01%도 안 되는 특별한 아이들이요? 특별한 노예들이 아니고요?”
“노예라니, 무슨 소릴!”
“이사장님, 전 인류의 0.01%가 몇 명이나 알기나 하십니까?”
“70만 아닌가. 뭘 그런 걸 묻고 그러나.”
“오로라 제작소에 필요한 인력은 몇 명인 줄 아세요?”
이사장은 답이 없었다.
“사백육십 명. 우리는 매해에 많아야 오백 명 정도를 더 고용할 수 있어요. 앞으로 제작소가 안정되면 될수록 추가 고용 인원은 점점 더 줄어들 테죠. 만약 서류에 적힌 대로 한 해에 천 명의 인원이 졸업하게 된다면, 절반이 넘는 학생들은 고용되지 못할 겁니다. 그럼 그 잉여 인력은 대체 어쩌시려고요? 갑자기 없는 일자리를 창출해서 나머지 전부를 고용하기라도 할 겁니까? 아니면 오로라 직업소개소라도 차려서 일자리 알선이라도 해 주시게요?”
이사장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절 바보로 보시는 겁니까!”
“자네는 몰라도 되네.”
“뭘 몰라도 됩니까!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단번에 읽히는데!”
“신경 쓰지 마. 자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네. 이건 과학이 아닌 돈의 영역이야.”
“이사장님!”
부낭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익숙한 한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갈 준비를 하는 중인 그의 조카. 앞날이 막막하고 세상이 싫다고 투덜대면서도, 여전히 비가 오는 날에는 실수로라도 지렁이를 밟지 않으려고 땅만 보고 걷는 아이. 이사장은 그런 아이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전 반대합니다. 무조건 반대입니다.”
부낭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돈은 어떻게 할 텐가?”
갑작스러운 이사장의 질문에 부낭은 말문이 막혔다.
“연구소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모르나 본데, 돈도 사람하고 똑같아. 가꾸고 보살피고 염려하지 않으면 금세 스러지고 말지. 그러니 사람처럼 매번 신경을 쓰며 걱정해 줘야 해. 자네,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 참 좋지? 멋지고. 근데 자네가 왜 아직까지 그 감투를 머리에 인 채로 조카와 희희낙락할 수 있는 줄 아나? 바로 돈이라는 기반이 있기 때문이야.”
이사장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풍채 좋은 노인은 부낭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계속해서 사람을 쓰면 우리는 지금처럼 돈더미 위에 있을 걸세. 하지만 SEND 파동 복제기인지 뭔지를 만든다고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며 자금을 낭비해 버리면, 분명 문제가 생기게 될 거야. 똑똑한 네 녀석의 공개 발표 덕에 이제 세상은 오로라 얼음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조리 알게 되었어. 치가 떨릴 정도로 세세하게 알고 있지. 누군가 안다는 건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해. 세상에는 너보다 똑똑한 사람이 많아. 나보다 부유한 사람도 많지. 우리가 그들보다 위에 서 있는 이유는 하나야. 한발 앞서 있는 시간. 그 시간이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 시간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그는 부낭이 있는 쪽으로 서서히 몸을 기울였다.
“난 다만 그 불안정한 간극을 넓히고 싶은 것뿐이야. 경쟁자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선두. 돈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선두의 자리가 우리 차지였으면 해. 그걸 위해서 지금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필요하지. 영원토록 사람을 이용하자는 게 아니야. 그 선두에 올라설 때까지만 잠시 이용하자는 거지. 부낭 박사의 연구는 내 언젠가 지원을 해 줌세.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단, 그때까지는 사람이 필요해. 내 입장도 헤아려 주시게나.”
이사장실에는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부낭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상상학교’가 적힌 서류철만을 노려보았다.
“오로라 제작자들은 분명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겁니다. 희생자가 늘어나기 전에, 꼭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
부낭은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이사장은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약속을 어기는 거 봤나?”
부낭은 이사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홱 돌아섰다. 그의 등 뒤로 문이 거칠게 닫혔다. 닫힌 문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이사장은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전 세계의 상위 0.01%에 속하는 특별한 아이. 아이의 재능이 마음껏 빛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종이의 첫머리에 적힌 문구를 보며, 그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 소설 <오로라 이엘로> 중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행복의 제물, 우리는 모두 행복의 제물이에요”
가까운 미래, 행복마저 상품이 되어 버린 시대. 행복과 특별함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가장 평범한 노동자 피페의 이야기.
꿈으로 행복을 만드는 오로라 제작소. 피페는 지난 10년간 그곳의 성실한 제작자였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교체되고, ‘그’마저 사라졌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녀를 지탱하는 힘은 하나였다. 특별하고도 평범한 성공의 꿈. 평생 그 꿈이 온당하다 믿었다. 어느 날, 삶에 한 질문이 날아들어 모든 걸 뒤흔들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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