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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Oct 14. 2023

장난감 피아노는 200년이 지나 악기가 되었습니다

책 <토이 피아노 토이> - 서점 ‘피넛버터팔콘’에서 우연히 만난

<토이 피아노 토이>, 차혜리 지음, 서점 ‘피넛버터팔콘’에서 우연히 만난


“열린 마음과 귀를 통해, 우리가 하찮게 넘어갈 수 있는 것에서
무수한 창조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 필리스 첸(Phyllis Chen), 토이 피아노 연주자

“나는 토이 피아노로 작곡을 할 때, 항상 두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둔다.
하나는 토이 파아노는 피아노가 아니다라는 점과,
토이 피아노는 어린이용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 칼하인츠 에쓸 (Karlheinz Essl), 토이 피아노 작곡가

- 차혜리, 토이 피아노 토이 (Toy Piano Toy) 중 발췌


광교에 있는 책방, ‘피넛버터팔콘’에서 만난 책입니다. 책방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이번에는 무조건 이 책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책방에 피아노가 있어서 표지에 피아노가 있는 책을 골랐냐고 묻는다면. 네, 맞습니다. 그런 단순한 이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유만은 또 아니기도 해요.     


책을 골랐던 또 다른 이유는 ‘토이 피아노’라는 생소한 장르에 이끌려서입니다. 흔히 건반 악기라고 하면 피아노 외에도 오르간이나 멜로디언, 아코디언 등이 떠오릅니다. 이들의 차이라고 한다면 악기를 연주하는 방식에 있겠죠. 해머가 현을 때리느냐, 바람을 불어넣느냐, 혹은 파이프를 이용하느냐 등에 따라 악기 이름이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사실은, 적어도 악기의 이름을 들으면 그 악기가 어떤 악기인지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토이 피아노’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책을 처음 볼 때 이 책이 정확히 어떤 책인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빈티지 장난감에 대한 에세이나 정보 서적 정도로 생각했죠. 하지만 책의 목차와 작가 약력을 읽으며 이 책이 ‘악기’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걸 깨닫자마자 무조건 이 책을 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토이 피아노가 단순히 장난감이 아닌 실제 연주되는 악기의 장르라니, 전문 공연까지 있다니. 궁금한 건 알아내야 하는 성격인지라, 당장에 책을 사 왔습니다.     


책의 내용을 한 줄 요약하면, ‘토이 피아노’에 대한 설명서 및 정보서입니다. 토이 피아노의 구조와 역사, 악기의 종류와 연주자, 수집가와 축제 등의 정보들을 사전식으로 열거하고 있지요. 하지만 정보만 한가득이라 재미없었냐고 묻는다면, 오우 노노.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전부 컬러 인쇄고, 사진도 많고, 종이 질감도 반짝거리고 얇아서 어찌 보면 잡지 같기도 해요. 담긴 정보의 양에 비해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토이 피아노는 악기와 장난감, 그 사이에 있는 미묘한 종류의 물건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작지만, 동시에 어른들을 홀릴 정도의 어여쁜 소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피아노라는 이름답게 외형은 피아노의 생김새(업라이트, 그랜드)를 하고 있지만, 피아노와 전혀 다른 작동 방식으로 타현 악기가 아닌 ‘체명 악기’로 분류되기도 하고요. 이런 독특한 특징 때문인지 1800년도 유럽에서 처음 제작되기 시작한 악기는, 200년이 지난 현재 점차 장난감의 영역을 넘어 악기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존 케이지(John Cage) 등의 작곡가들과 마가렛 렝 탄(Margaret Leng Tan)과 같은 토이 피아노 전문 연주자들이 있는 것은 물론, 무수히 많은 수집가들과 축제들도 양산되고 있지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또 하나의 세계를 알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전혀 모르던 낯선 분야가 생각 외로 깊고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에만 느끼는 놀라움이 있지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전 한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악기들과 음악의 소리가 궁금해서 계속 검색하면서 읽었거든요. 그렇게 처음 듣게 된 토이 피아노의 소리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실로폰과 풍경을 모두 떠올리게 하는, 청아하고 맑음과 동시에 힘있게 나아가는 소리. 칼림바와 중세 유럽의 하프시코드, 그리고 피아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놀라운 소리. 토이 피아노는 확실히 저만의 개성이 있는 악기였습니다. (시간이 있다면 토이 피아노 소리를 검색해 보세요. 분명 깜짝 놀랄 겁니다.)     


만약 ‘토이 피아노’라는 말이 생소하다면,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한 번쯤 탐독해 보고 싶다면. <토이 피아노 토이>를 추천합니다. 짧고도 가볍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책이거든요.     

 


* 토이 피아노 소리가 궁금한 분들을 위한 링크 *

1)  토이 피아노 연주 1 

2)  토이 피아노 연주 2 : 소리가 정말 예쁜

3)  토이 피아노 연주 3 :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4)  토이 피아노를 노래에 활용한 사례

5)  <토이 피아노 토이> 저자의 방송 출연 영상      



이 책을 우연히 만난 서점, 방문기


피넛버터팔콘




< 우연히 만난 책들 >


책방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한 권씩 구매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책들을 그냥 묵혀 두기 아까워 책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 우연히 만난 책들 >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글 모음집입니다.

글에서는 책방에서 책을 고른 이유와 책에 대한 소소한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달 모나 Monah th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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