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미네이션 레이스
사이클 경기 중에 일리미네이션 레이스(elimination race)라는 경기가 있다.
일리미네이션 레이스는 트랙 사이클 경기 중 하나로, 한국어로는 탈락 레이스라고 불린다. 여러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서 트랙을 일정 횟수 돌면서 진행되는데 보통 2바퀴마다 맨 마지막에 있는 선수가 탈락한다.
이런 식으로 한 명씩 탈락하면서 계속 경기가 진행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명이 승리하는 경기이다.
우선 전술과 위치 싸움이 매우 중요한 경기이다.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달릴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체력분배, 다른 선수와의 거리도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앞서 달린다고 좋은 건 아니고, 탈락 시점에 꼴찌만 아니면 되는 전략적인 레이스이다.
핵심전략을 살펴보면
먼저, 항상 중간 이상을 유지하는 위치 선점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전략이기도 한데 너무 앞서 달리면 바람과 저항을 받으며 체력을 많이 소모하고, 너무 뒤에 있으면 실수 한 번으로 탈락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맨 앞자리는 계속 바뀌지만 가운데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다음은 코너 진입 위치인데 코너에서는 바깥쪽보다 안쪽이 더 짧아서 진입 전에 안쪽 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2바퀴마다 탈락하는데 탈락이 발생하는 바퀴에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심판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해 포지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즉 탈락 바퀴 감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주변 선수의 움직임을 잘 읽고 파악하여 무리해서 치고 나오는 선수로 인해 내 위치가 뒤로 밀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페이스조절과 체력분배까지 신경 써야 한다.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전력질주는 금물이다. 체력을 아끼며 필요할 때 위치를 올릴 수 있는 '폭발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전이라 자기 판단력으로 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이쯤 되면 뭔가 떠오른다. 사람의 삶과 너무도 닮았다.
사람은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을 한다. 일정한 간격마다 한 명이 탈락하고, 끝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경기. 씁쓸하지만 우리의 삶도 매 순간 경쟁을 하고 변화에 적응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도 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항상 앞서나가야 하는 건 아니다. 경주에서 맨 앞에만 있으면 체력이 떨어지고, 뒤에만 있으면 탈락 위험이 커진다. 적당한 위치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도 무조건 빠르게만 나아갈 것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을 지키고 지치지 않게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한 순간의 방심이 큰 대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탈락 바퀴에 방심하게 되면 바로 탈락하듯이 우리의 삶도 중요한 순간 방심하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삶은 항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그 속에서 나를 찾고 남을 인정한다. 경기에서도 언제나 내 앞과 뒤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결국 승자가 된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꾸준함과 집중력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버티는 사람이 승리한다. 인생도 계속 해내는 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과 자기 관리가 결국 만족스러운 삶으로 이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리미네이션 레이스를 보면 답이 있다. 물론 승리가 목표인 경기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달릴까?'가 중요해진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며 살겠지만, 온전한 자신의 속도와 방식만이 결국에는 승리자가 된다. 외부에 머물러 있는 시선을 나의 내부로 돌리고 스스로 다독여가며 천천히, 멈췄다가 다시 달려도 상관없다. 오직 나만의 삶의 결승점으로 도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삶의 중간에 만나는 실패는 게임에서의 탈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위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위기는 곧 기회다. 어차피 중간과정에서의 실패는 '성장'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 중간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게 되면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 의해 훼손되거나 나만의 길을 가지 못할 수 또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을 인식을 하고 있지만, 내 중심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진짜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주변의 평가, 비교, 실패들은 달리고 있는 순간에 포기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를 꺾는다. 하지만 나만의 이유가 있다면 어떨까? 왜 경기에서 끝까지 달리고 싶은지, 왜 살아내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의미일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있다면 내가 가려는 방향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끝까지 갈 수 있다.
삶이란
너무 빨리만 가려하지 말고 뒤처짐을 허락하되 중심을 잃지 않고, 의미를 가지고 함께 달리는 것.
나만의 기준으로 나만의 방향으로 결과보다는 의미가 있는 삶.
이것이 곧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나가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