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진선, 한인애입니다.
월요희비극을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합니다.
처음 연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건 2018년 가을이었습니다. 어쩌다 기타 수업에 일찍 도착했던 어느 날, 염리동 카페 머스타드에 앉아있는데 그날따라 인애 씨도 일찍 도착하셨더라고요. 인애 씨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저는, 막연히 인애 씨와 인애 씨의 그림이 좋아서 “인애 씨, 저랑 작업 한 번 해보지 않으실래요?”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인애 씨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좋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답을 듣고 당황한 나머지 그날 밤 제 글 몇 편을 인애 씨께 보내드렸습니다. “저는 인애 씨의 그림이 좋아서 제안한 것이지만, 저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읽어보시고 함께 작업하기 어려울 것 같으면 이야기해주셔도 괜찮아요” 라면서요. 며칠 뒤 인애 씨로부터 답장이 왔고, 첨부파일에는 제 글을 읽고 인애 씨가 그려주신 그림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으른 사람들의 계획이어서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어느새 12월이더라고요. 1월에 시작하는 건 진부하니까, 늦어도 올해 시작하자고 했던 말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한 주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12월 31일에 겨우 발표할 수 있었어요. 연재 요일로 수요일이 좋을까, 목요일이 좋을까만 두 달을 고민했는데, 12월 31일이 월요일이어서 월요희비극이 되었습니다.
첫 글을 올리고 감격하기도 잠시, 일주일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여분의 작품이 없었던 저희는 내내 빠듯하게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이 만나면, 우리는 돈 받고 연재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니까 언제나 펑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자면서 계속 서로를 안심시켰어요. 마감시간도 월요일 23시 59분 59초까지라고요.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며 무작정 시작했던 프로젝트여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을 거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고요. 한 달을 겨우 하고, 감격에 겨워 저희끼리 조그맣게 파티를 열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과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휴재 없이 30회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걸었던 기대보다 성실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는 서른 번째 발행글 <나의 종교>를 업로드했습니다. 연재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면서 체력이 많이 소진된 저희는 언제까지 프로젝트를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30회까지 발표한 뒤 휴식기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 주만 바라보고 진행했던 작업이어서, 아직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틈틈이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30주 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9년 여름. 이진선, 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