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희는 저택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보기로 결심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은 커졌지만, 하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무작정 서 있기는 더 이상 불가능해 보였다. 어디선가 하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도를 지나던 중, 문득 그녀의 코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음식 냄새였다.
고개를 돌리자, 복도 끝으로부터 희미하게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가 미희의 후각을 사로잡았다. 허기가 느껴진 순간이었다. ‘하녀가 말했던 것처럼 식사를 준비해둔 걸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냄새를 따라 걸었다.
이윽고, 복도 끝에 있는 넓은 문이 열려 있었다. 그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멈칫했다. 거대한 식탁이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수많은 요리들이 아름답게 차려져 있었다. 산해진미가 가득한 이 식탁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 같았다. 금빛 촛대가 식탁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고, 촛불은 은은하게 빛을 내며 음식들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네." 미희는 다시 한 번 속삭였다. 방금 전까지 느꼈던 불안감이 잠시 사라지고, 그녀는 이 경이로운 식탁 앞에서 놀라움과 배고픔을 동시에 느꼈다. 그녀의 허기가 이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렬해졌다.
식탁에는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금빛이 도는 수프 그릇에는 부드러운 크림 수프가 담겨 있었고, 그 옆에는 촉촉하게 구워진 육류 요리들이 푸짐하게 놓여 있었다. 해산물 요리도 함께 있었다. 각종 신선한 생선과 조개들이 담긴 접시는 빛을 받아 반짝였다. 이 모든 음식들이 방금 갓 준비된 것처럼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미희는 하녀가 떠나기 전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얼마든지 드세요.‘ 이미 오래 기다린 데다 배고픔이 극에 달한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하녀가 준비한 것이라면, 이 음식들을 먹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희는 식탁의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천천히 손을 뻗었다. 먼저 따뜻한 크림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그녀는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그 다음에는 살짝 구워진 고기를 포크로 찢어 한입 베어 물었다. 육즙이 풍부하게 터져 나왔다. 모든 음식이 완벽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야…" 미희는 중얼거리며, 여러 가지 음식을 번갈아 먹기 시작했다. 금방 식탁에 차려진 산해진미에 빠져들었고, 조금 전까지 그녀를 괴롭히던 불안감은 어느새 잊혀졌다. 지금은 이 식사의 만족감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연거푸 음식을 먹으면서도, 미희는 저택의 주인과 이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삶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이토록 정성스럽고 화려한 식사가 매일 이어진다면,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특별한 생활을 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식탁을 둘러보는 그녀의 시선은 곧 다른 의문을 일으켰다. 이토록 크고 널찍한 식탁, 그리고 그 위에 차려진 수많은 음식들. 하지만 여기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식사였지?" 그녀는 갑자기 그 생각에 멈칫했다. 음식은 마치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처럼 넉넉하게 차려져 있었고, 그녀는 이 식탁이 단순히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