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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의 단결

by 미히 Mar 04. 2025

광장의 공기는 무겁고 숨 막힐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먼지바람이 불며 메마른 땅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수많은 백성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손에는 팻말이 들려 있었다. 팻말은 하얀 천에 칠해진 흰색 바탕 위에 두 개의 붉은 점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 붉은 점은 마치 피처럼 보였고, 백성들의 배고픔과 울분을 상징하며 그들의 억눌린 목소리를 대신해 외치고 있었다. 광장은 사람들의 열기로 뜨거웠지만, 그 열기는 기쁨이 아닌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눈빛에는 분노와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백성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광장을 뒤흔들며 하늘로 치솟았다. 한 노인이 떨리는 손으로 팻말을 높이 들고 있었다. 그의 손은 주름지고 거칠었으며,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눈은 흐릿했지만, 그 안에는 꺾이지 않는 결의가 빛났다. 그는 옆에 선 젊은이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이 팻말은 우리의 상징이야. 흰색은 메말라버린 땅을, 그리고 빨간 점은 우리의 고통을 나타내지." 그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단단했다. 젊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할아버지. 이 팻말은 단순한 표시가 아니에요. 우리의 배고픔이고, 우리의 울분이에요." 그의 눈에는 불꽃이 타올랐다. 팻말을 든 손은 단호했고, 그의 말은 주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백성들 사이에 한 여인이 어린 아이를 안고 서 있었다. 아이는 연약한 팔로 어머니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배고픔에 지친 아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우리 언제 빵을 먹을 수 있어?"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광장의 소음을 뚫고 여인의 가슴을 찔렀다. 여인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랬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아이에게 희망을 주려 애썼다. 그녀의 눈에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광장의 저편, 백색공주는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햇빛 아래 눈처럼 빛났고, 붉은 눈동자는 깊은 호수처럼 신비롭게 반짝였다. 그녀는 백성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외침과 고통이 그녀의 마음을 날카롭게 찔렀다. 그녀는 손을 가슴에 얹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들을 이렇게 고통받게 한 내 책임이 크구나.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그녀의 눈에는 죄책감과 연민이 스며들었다. 백성들의 팻말이 흔들릴 때마다 그녀의 마음도 흔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그들에게 불행을 가져왔다고 느끼며 깊은 자책에 빠졌다.


시위는 점점 격렬해졌다. 백성들은 팻말을 힘차게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우리에게 미래를 달라!" 그들의 외침은 광장을 메아리치며 멀리 성까지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광장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로 채워졌다. 먼 마을에서 온 농부들, 시장에서 장사를 접은 상인들, 굶주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어머니들까지. 그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억눌렸던 분노와 절망이 터져 나왔고, 그들은 변화를 요구하며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했다.


한 젊은 남자가 무대로 올라섰다. 그는 낡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강렬했다. 그는 손을 높이 들고 외쳤다. "우리는 이 땅의 주인이다!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 그의 목소리는 힘찼고, 단어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었다. 그의 말은 백성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 군중은 열광하며 그를 따라 외쳤다.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 우리의 미래를 되찾자!" 그들의 목소리는 하늘을 찢을 듯 강렬했다. 팻말이 흔들리며 붉은 점이 햇빛에 반사되었다. 그 순간, 광장은 하나의 거대한 의지로 뭉쳐졌다. 그들은 더 이상 굶주림에 무릎 꿇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백색공주는 그 모습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손을 꼭 쥐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이 백성들의 고통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이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백성들의 외침은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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