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의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길고 단단한 나무 탁자 주위에 둘러앉은 신하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왕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창밖에서는 먼지바람이 일며 가뭄의 흔적을 보여주었고, 방 안의 공기는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그들은 왕국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한 신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백성들은 굶주리고 고통받을 것입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고, 손짓은 절박함을 드러냈다. "우리는 급하게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방 안을 울리며 신하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곧 다른 신하가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하지만 우리 왕국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고민이 새겨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을 어떻게 확보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는 손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자신의 주장을 강조했다. 신하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놓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갑작스러운 가뭄은 농작물을 메마르게 했고, 식량 부족은 점점 심각해졌다. 저장고는 텅 비어가고 있었고, 백성들의 불만은 날마다 커져갔다. 왕궁 내에서도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벽에 걸린 지도 위에는 가뭄으로 황폐해진 지역이 붉게 표시되어 있었고, 그 붉은 흔적은 마치 왕국의 상처처럼 보였다.
한 신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왕국의 안정을 위해서는 외교적 해결책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웃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물자와 식량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은 희망을 담고 있었지만, 곧바로 반대 의견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해도 이웃 나라들도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른 신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이 우리의 요청을 받아줄지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들은 이를 이용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목소리에는 냉정한 현실감이 묻어 있었다. 회의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신하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때, 한 신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모두의 주의를 끌었다. "왕의 결혼 문제를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방 안이 순간 정적으로 얼어붙었다. "강성하고 기술이 발달한 먼 나라 오페니아의 공주를 왕비로 맞이한다면, 식량 원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제안은 신중하게 선택된 단어로 이어졌다. "오페니아는 풍부한 자원과 뛰어난 기술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들과의 동맹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신하들은 숨을 죽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왕의 결혼 문제는 민감한 주제였다. 왕의 개인적인 삶과 왕국의 운명이 얽힌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왕은 망설였다. 그는 탁자 앞에 앉아 신하들의 말을 하나하나 곱씹었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턱을 쓰다듬었고, 눈은 먼 곳을 응시했다. '결혼을 통해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분명 이점이 있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오페니아의 지원을 받으면 백성들의 굶주림을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존재한다. 오페니아의 공주와의 결혼이 우리 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지 않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가 그들에게 종속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왕의 얼굴에는 갈등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때 한 신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왕이시여, 오페니아의 공주는 그 나라의 강력한 군사력과 기술력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단호했다. "그녀와의 결혼은 우리 왕국의 안보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결혼이 우리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가 낮게 말했다.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도 없다. 이 결혼이 우리에게 진정한 이득이 될지,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겠다." 그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또 다른 신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 "왕이시여, 우리의 백성들은 지금 당장의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오페니아와의 동맹은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의 눈에는 왕에 대한 충성심과 백성에 대한 연민이 담겨 있었다. 왕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신하들의 의견을 하나로 종합하며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심했다.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어떤 선택이 필요한가? 그의 마음은 무거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메마른 대지는 그의 결정을 재촉하는 듯했다.
왕궁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신하들은 숨을 죽이고 왕의 결정을 기다렸다. 회의실 안의 촛불이 깜빡이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들의 운명은 왕의 손에 달려 있었다. 왕은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머릿속은 백성들의 얼굴과 오페니아의 공주, 그리고 왕국의 미래로 가득 찼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결과는 왕국 전체를 뒤바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