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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컨의 호수

8과 11 사이

by 미히

평화로운 호숫가, 나는 그 한가운데 튜브를 끼고 부유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거대한 펠리컨이었다. 그 것은 나와 마찬가지로 호숫가 위에 동동 떠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 백조가 아니잖아!“


내가 소리쳤다.


펠리컨이 벽을 뚫는 못 소음처럼 울어댔다.


그녀의 얼굴이 호수가 비치는 하늘에 나타났다.


“실험 하나 해도 돼?”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실험은 좋지.”


내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사라졌다.


문득,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펠리컨의 울음소리가 그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하늘에서 시선을 내려 그 새를 바라보았다.


그 새의 눈동자는 검은색이었고,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그 것은 느릿느릿 유령선처럼 내 옆을 스쳤다.


소름이 돋았다.


“뭔가 생명인데 생명같지가 않아.”


내가 두려워하며 말했다.


곧이어 하늘은 잿빛이 되었고,


물은 아주 투명한 색이 되어,


잿빛의 하늘을 그대로 투영했다.


그녀의 목소리만이 호숫가를 울렸다.


“같은 영상을 동일한 싱크로 3번 학습시킬 거야.”


그녀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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