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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HI Oct 27. 2024

[단편소설]연기연기자

미히스토리

“아니 그게 아니지.”

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병헌씨, 그렇게 연기를 잘한다면서,

왜 이건 그렇게 애를 썩히는 거야.”

나는 현대극 ‘재연배우’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내가 연기해야 할 인물은 배우였다.

극 중에서 그는 한 배역을 맡게 되는데,

그 배역은 살아남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연기를 하는 자였다.

“지금 병헌씨 연기는 대배우의 연기로만 보인다고.

연기를 하는걸 연기해야 해.”

장면의 재촬영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과장된 연기 스타일을 선보였다.

“컷!”

감독은 심술궂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건 너무 과장되어 있잖아,

극 중 배우는 연기를 아주 잘한다는 설정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 하는 소금 장수의 애절한 심정이 전혀 녹아들어가있지 않아!”

편집자가 말했다.

“아니, 병헌 씨 연기는 훌륭한데요?”

감독이 악을 썼다.

“소금 장수 연기를 하는 재연배우를 연기해야 한다니까! 

이건 한 단게 더 들어가는 거라고.”

감독은 자신의 작품의 철학적 배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옆에서 음향 감독이 나를 위로했다.

“병헌씨, 잘 해낼거에요.

병헌 씨는 대배우잖아요,

대배우가 대배우를 연기하면 되는거에요.”

내게는 감독의 말이 잔상으로 남았다.

“연기를 하는걸 어떻게 연기해야 하지?”

나는 대중교통을 탔다.

대중교통을 타는 것은 내가 생각을 정리해야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 때 내 앞에 선글라스를 낀 한 맹인이 지나갔다.

그는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나는 그 안에 만원을 집어넣었다.

맹인이 씩 웃는 걸 본 듯했다.

그 때 한 소년이 맹인의 바구니를 가지고

열린 문으로 도망갔다.

맹인은 선글라스를 집어던지며, 

눈을 새파랗게 뜨고 소년을 쫓아갔다.

“이 놈, 거기 서라.”

그 소란을 보고, 나는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내 머리가 반짝였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촬영장에서는 감독의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컷!”

감독은 소금장수 복장을 한 나에게 다가왔다.

“병헌 씨, 정말 훌륭해. 

어떻게 한거지? 정말 소금장수를 연기하는 배우를 연기하는 사람 같았어.”

나는 그를 보고 웃음지었다.

드라마가 시작하는 날이 되었다.

첫 화가 방영된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같은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사극이라면서, 소금 장수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는게 맞냐?’

‘옥에티다.’

단체방에 감독이 글을 올렸다.

‘이걸 아무도 못봤다는게 말이돼?’

편집자의 답글이 뒤이었다.

‘그게.. 병헌씨 얼굴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감독은 소금 장수로 분한 병헌의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캡처해 올렸다.

나는 남몰래 미소 지었다.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연기를 하는게 티가 나는 소품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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