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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HI Oct 27. 2024

[단편소설]시인의 시선

미히스토리

그녀를 만난 곳은 한 작가 모임이었다.

그녀는 처음 본 내게 스스럼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오파츠라고 들어보셨나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유물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대답했다.

“사실 저는 오파츠를 하나 가지고 있어요.”

그녀가 눈을 빛내며, 주머니에서 작은 오파츠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그건 조각난 조개껍질이었고,

무지개빛으로 빛났다.

“이건 조개껍질이잖아요.”

“틀려요, 

자세히 보세요. 

조개껍질보다는 말랑말랑하고, 성겨요.

씨와 줄이 보이죠?

이건 미래인들의 옷감의 조각이에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그녀는 주머니에 그녀의 오파츠를 집어넣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생각했을 땐 말이죠,

이 세상 밖에는 우리보다 월등한 존재들이 있어요.

오파츠라는 유물들은 그들이 미래에서 가져온 물건들이죠.”

“그럴 수 있겠네요.”

그녀는 벽에 걸린 원형 시계를 가리켰다.

“우리는 평면의 세계에 살고있어요.

하지만 우리보다 높은 차원의 그들은 시간을 걷는 존재들이에요.

우리가 보는 시계는 원형이지만,

실은 스프링에 가까워요.

매일 시계는 같은 시간을 가리키지만, 결코 어제와 같은 때인건 아니니까요,

하루 더 앞서 있는 시간이죠.”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내 앞에 빙글빙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점점 내 눈 앞에 가까워졌다.

“어제와 오늘의 이 시간 사이에는 숨어있는 5도가 존재해요.

그래서 시계는 365도에요.”

“360도가 아니고요?”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신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5도가 숨겨져있어요.

우리는 이 5도를 볼 수 없지요.

하지만 이 5도를 사용하는 존재들이 있어요.”

나는 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작가들이란,’

나는 생각했다.

그녀가 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겹쳐져있어요.

동시에 수직으로 관통하고 있지요.”

그녀가 한 손을 쭉 뻗어 내 쪽으로 뻗었다.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그녀의 행동에 조금 놀랐다.

“그들은 우리의 세계을 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세계를 볼 수 없어요.

숨겨져있는 5도를 볼 수 없으니까요.

우리에게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12시간의 거리가

그들에게는 10초 정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이 이야기인거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어렸을 때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시간을 이동하는 걸요?”

“그런셈이죠.”

“시간을 이동하는 자들은 어떻게 보이던가요?”

나는 농담처럼 말을 꺼냈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직접 본 모습은 한 종류였지만,

제 가설로는 시간을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이 크게 세 종류로 나뉠거라고 생각해요.

미래로 비스듬히 가는 자들의 경우 엄청 천천히 움직이는거로 보일거에요.

과거로 가는 자들의 경우 몸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겠죠. 

하지만 그 즉시 우리의 기억도 삭제되어버려요.

바로 직전의 과거가 수정되기 때문에 

우리 뇌가 지나친 충격을 막기 위해서지요.

마치 잠에서 깨어나면 그 즉시 꿈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처럼요.

그리고 미래도, 과거도 아닌 정지된 시간을 곧장 걸어가는 자들은 파편으로 보이게 될거에요.”

“왜 파편이 보이는 거죠?”

“엄밀히 말하면 그들의 발자국이 보이는 셈이죠.

하지만 그들이 우리 세계를 밟고 지나갈 때는 우리 세계는 파여서 그 속이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당신이 과거에 보았다던 그 자가 어디로 가는 거였는지를 궁금해하겠군요.”

내가 말했다.

“맞아요, 저는 궁금해요.

그들은 어느 세상에 사는건지 궁금해요.

어떤걸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런 존재들에 가까워진 인간들은 이 세상에 몇몇 있었을 거에요.

그들은 과거와 미래를 오갔겠죠.”

내가 물었다.

“그럼 말이죠, 과거로 돌아가서 저를 죽였으면 어떡하죠? 그건 타임 패러독스잖아요.”

그녀는 곧장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미래만 보고 사는 존재들이에요. 

과거는 우리의 바로 뒤에 있지만, 우리는 고개를 돌릴 자유가 없어요.

과거의 당신은 죽은거에요.

지금은 살아났지만,

그들의 개입으로 인한 죽음이었기 때문에, 

이 세계에 속한 당신은 관성에 의해서 형체를 복구하고 살아가는 거죠.

하지만 천천히 죽어가는 것과 다름없어요.

만약, 그 시간을 걷는 자가 당신의 심장을 찔렸다면,

미래의 당신은 분명 심장마비로 죽게될 거에요.“

그 이야기를 듣는 나는 쓴 침을 삼키며, 가슴에 손을 한 번 대보았다.

“과거는 이미 그들거에요.

미래도 그들 것이고요,

우리가 가진 건 오로지 이 찰나죠.”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보았을 때 우리는 부단히 톱니바퀴 안을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 또한 한 주기 안을 살고 있지요.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궤적이 바로 그들이 경험하는 시간의 정체에요.

저는 그들을 시간을 걷는 인간, 즉 시인Shine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요.

오파츠를 지니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거리고 믿어요.

제 계산에 의하면 우리 세계에서 12시간 뒤로 돌아가는 10초 후는, 중력가속도로 490m 아래 지점에 있어요.”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손가락으로 바닥 아래를 가리켜보았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있는 층은 108층, 높이로는 490m 지점이 될 것이었다.

“제가 과거로 간다면 당신을 위해서,

오파츠를 당신에게도 가져다줄게요.

과거의 당신에게 선물해줄게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12시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거에요.”

그녀는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릴 새도 없이 490m 빌딩에서 스스로 떨어져내렸다.

나는 충격에 빠졌다.

1층 로비에서 나는 그녀의 파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득, 나는 오른쪽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무지개빛 전자섬유 조각이 있었다.

몇년 뒤 해변에는 그 조각들이 쓸려 들어왔다.

그 전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앵무조개의 한 종류인 빛깔조개가 

해수온도 상승으로 떼죽음을 당해 해변으로 떠밀려온거라고 했다.

나는 그것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에게 인어공주를 닮은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오파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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