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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HI Oct 27. 2024

[단편소설]전조

미히스토리

쉬는 시건에 화장실을 갔다.

거울을 멍하니 보는데,

왼쪽 눈동자 밑에 둥근 막이 보였다.

“이게 뭐지?”

나는 거울에 더 다가갔다.

니는 안경을 살짝 들어올리고,

손가락으로 그것을 꺼냈다.

렌즈였다.

왼쪽 눈동자에는 렌즈가 하나 더 있었다.

두 개의 렌즈를 빼내고,

뒤로 물러섰다.

한쪽 시야는 흐릿해졌다.

나는 안경을 다시 썼다.

그런데 시야의 선명도는 변함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여러번 안경을 들었다 놓았다 해보았고,

안경의 도수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곰곰히 생각을 더듬어보았지만, 별 다르게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내 생각이 쉬는 시간 뒤에 이어지는 수업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마음이 다급해졌다.

‘오늘도 늦어버리면 안되는데.’

나는 서둘러 화장실을 나서 음악 교실로 향했다.

음악 교실에서는 3명의 학생들이 장구를 치고 있었고, 

한 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들의 연주가 끝나고 나는 음악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조금 늦었어요.“

선생님은 수행평가 종이에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보았다.

”괜찮단다, 수행평가는 괜찮아.

이 친구들이 마지막 조였단다.

그나저나 다른 친구들은 체육 수행평가실로 갔을거야.“

나는 바쁘게 체육 수행평가실로 갔다.

역시 내 순서는 끝나있었다.

하지만, 체육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다.

나는 그들의 반응이 조금 기이하게 느껴졌다.

집에 가니 동생이 있었다.

“내 안경 도수가 없어졌어.“

동생에게 말했다.

”엄마가 울었어.“

동생이 대답했다.

”기억 안나? 내가 업고 왔잖아.“

동생의 말에 생각나는 장면이 있었다.

축제가 있었고,

찬 바닥에 누워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동생이 나를 들쳐업고 집까지 데리고 왔다.

그 다음 생각나는 장면은 축제 전의 모습이었다.

친구와 대화하며 거리를 걷고 있는데,

한 아이가 쏜살같이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오던 한 아이가 벽돌을 들어 앞에 가는 아이에게 던져 그를 깔리게 했다.

뒤에 오던 아이를 돌아봤었지만, 도무지 그의 얼굴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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