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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HI Oct 27. 2024

[단편소설]세습무

미히스토리

한 무리가 내 사무소에 들어왔다.

경찰들과 세 명의 청년이었다.

한 경찰이 설명했다.

"음주운전을 하고 사람을 친 자들입니다. 차 안에는 저 세 명이 있었는데, 서로 진술이 엇갈렸어요.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마시고, 시체를 호숫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세 명을 자세히 살펴본 후, 나는 그들의 뒤로 이동했다.

그들은 두 손을 등 뒤에 숨기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청년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한 경찰이 물었다.

"어떻게 그가 범인인 거죠?"

나는 경찰에게 설명했다.

"세 명 중 두 명의 입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납니다. 약한 술 냄새죠,"

내가 말하자 두 청년이 불안한 눈으로 나를 살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들어올 때부터 무릎이 젖어 있었습니다. 몸에서 민물 냄새가 나더군요. 그가 호숫가를 다녀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을 꺼내봐."

그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같이 간 친구는 어디 있지?"

그는 풀썩 주저앉았다.

같이 온 경찰은 그를 일으켜 세웠고, 세 청년 모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나는 사건 해결소를 운영하고 있다. 내게는 서아름이라는 조수가 있다. 그녀는 지금 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젊은 아이가 요새 왜 이렇게 조는지 원.'

사람들은 내게 와서, 그들의 힘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을 묻는다. 나는 내가 가진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해준다.

사건 해결소가 한가한 오후, 서아름이 잠에서 깨어 침을 닦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우편 한 꾸러미를 가지고 돌아왔다.

나는 그중 한 편지를 집어들었다. 국세청에서 온 편지였다. 수신인은 '서주연'. 아무래도 오늘 내 이름으로 온 편지는 없는 듯했다.

나는 편지들을 모두 집어 한쪽에 쌓아두었다. '서주연'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이 집에 살던 부부의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그가 이 집에 산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서주연'의 편지는 여기로 배달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탐정이라는 직업 특성상, 생활의 반복적인 많은 것들은 금방 잊힌다. 나는 늘 날카롭게 새로운 실마리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직업이니까.

사실 내가 기다리는 편지는, 원래대로라면 아주 오래전에 도착했어야 했다.

이제 잊어도 될 오랜 연인에게서 올 편지지만, 미련이란 참 알 수 없어서, 하루에 한 번씩 편지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서아름은 한쪽에 쌓인 편지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 나를 찾아왔다. 나는 갈 곳 없는 그녀를 집에 들여 먹고 잘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생활은 꽤 오래 계속되었다.

이제 서아름은 다 큰 티가 나는 처녀였다.

"콜록 콜록."

나는 기침을 했다. 요즘 들어 기침이 멎지 않았다.

서아름이 한 편지를 보더니 내게 말했다.

"송아지들이 죽어나가고 있대요, 이 근처에서."

나는 그녀와 함께 길을 나섰다.

축사를 운영하는 한 농부는 요즘 밤마다 송아지들이 울어대는 통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신발에 짐승의 분변 같은 것을 발견했다.

"어디 한번 가보지."

나는 축사로 앞장섰다.

축사에는 송아지들이 누워 꼬리를 흔들 힘도 없이, 그저 가쁜 숨만 내쉬고 있었다.

나는 축사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역시나.'

바닥에는 커다란 짐승이 배로 기어간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구렁이야, 구렁이가 밤새 축사를 헤집으니 송아지들이 잘 자랄 수 있겠어?"

나는 구렁이의 흔적을 따라갔다. 의외로 그 흔적은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이어졌다.

그 중 한 방에 들어가자, 벽이며 바닥이며 구렁이가 휩쓸고 간 흔적이 뚜렷했다. 차마 그 흔적을 피하고는 발을 내딛기도 어려웠다.

"이 방은 사람이 살지 않은지 좀 되었겠어."

나는 한 옷장을 가리켰다. 집주인의 아들이 옷장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구렁이 허물들이 가득했다.

"옷장째로 불태워. 그리고 구렁이들은 벽과 벽, 천장과 지붕, 바닥 아래에 틀어박혀 있을 거야."

나는 농부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새끼 돼지들을 데려오렴."

나는 서아름에게 말했다.

집 앞 마당에서는 옷장이 통째로 불타고 있었고, 새끼 돼지들이 동아줄에 묶인 채 마당에서 울고 있었다.

곧, 뜨거운 불과 움직이는 돼지들에 매료된 구렁이들이 여기저기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오래된 구렁이들이었다.

"이런 구렁이들이 설치니 송아지들이 죽어나가는 거지."

구렁이들은 새끼 돼지를 삼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참을성 있게 지켜보았다.

이윽고 구렁이들은 새끼 돼지를 삼키고, 몸이 몇 배로 늘어났다.

나는 준비해둔 날카로운 칼을 들어 배가 불러 움직이지 못하는 구렁이들을 하나하나 베기 시작했다.

"자, 이제 축사는 괜찮아질 거요."

그날 이후 나는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며 벌벌 떨기 시작했고, 결국 몸살에 걸려 몸져누웠다.

며칠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잠만 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내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몸은 말끔히 나아졌다.

한 청년이 나를 찾아왔다.

"저는 경찰학과에 가려고 해요. 제가 올해 합격할 수 있을까요? 용하다고 들었습니다."

"네가 간다면, 누군가는 떨어지겠지. 이런 건 간단히 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약소하지만..." 그는 내게 돈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나는 노란 종이에 내 사인을 새겨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거야."

그는 내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감사합니다, 보살님."

그의 마지막 말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는 또 내 이름을 잘못 불렀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아름 보살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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