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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r 30. 2023

매일 오후 3시 반. 간식 시간

필라델피아 일상

지난주는 대체로 비가 왔다. 봄 비였나보다.

아니, 필라델피아는 비가 자주 오니 딱히 봄비랄 것도 없지만.

어쨌거나 비가 오고 나니 벚꽃이 피고 있다.

단톡방에는 연일 벚꽃 나들이 사진이 올라온다.

나도 질세라 트레일을 다녀왔다.


평소에는 구글 지도에서 Trail을 검색해서 다녔는데, 최근에 'All-Trail'이라는 앱을 알게 됐다.

날이 좋을 때면 집에서 가까운 트레일 중 가보지 않은 곳을 검색해서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간 곳은 집에서 13분 거리, 스컹크 홀로 공원이었다.

리뷰를 보니 강아지 목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원이라 박한 평가를 준 사람이 있었다.

미국에는 중형 크기 강아지를 꽤 많이 키우기 때문에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미국에 온 후 이상하게 간식이 술술 넘어가서 어떻게든 운동을 해야 했다.

'오늘은 트레킹만 하고 기필코 오후 간식은 참아야지.' 단단히 결심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야무지게 초콜릿까지 한 조각 먹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지인과 부지런히 걸었다.

그리고 3시, 큰 아이가 도착할 때 집에 돌아왔다.

이제 시험의 시간.


한국 무료급식은 밥과 반찬이 배부르게 나오는지 아이는 하교 후에도 간식을 먹지 않았다.

미국은 점심을 3.9달러 정도 주고 사 먹는데 먹어봤자 피자, 샌드위치다. 

거기에 과일 한 봉지랑 우유나 오렌지 주스 정도.

한국인이 보기에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딱 간식 수준의 식사다.

그래서 아이는 학교에 다녀오면 항상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면 왠지 나도 군침이 도는 게 문제다.


'트레킹도 했는데, 이거 먹으면 트레킹 돈 거 반납인데.'

손은 이미 칩으로 향한다.

'그래도 초코파이 아니라 다행인 건가?' 

합리화하며 와작, 칩을 먹는다.

'맛있어.'


와작, 아삭.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1/5이 사라졌다.

미국의 칩은 봉지 크기가 내 몸통만 한게 문제다.


먹고 후회할 바에 간식을 사지 않으려고 애쓴 적도 있었다.

그런데 사지 않고 집에 돌아온 걸 후회할 때가 더 많다. 

집에 돌아오면 사지 않은 간식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특히 조금 먼 한인 마트에서 초코파에 12개들이 2개가 7달러였는데 자제하고 사지 않으면 결국 주말에 다시 간다. 

왕복 1시간 반이 넘는 거리인데 초코파이 때문에 다시 가느니 그냥 초코파이를 사기로 했다.

코스트코 테라칩의 유혹도 만만찮다.

내 몸통만 한 테라칩이 할인해서 4달러도 안 하는데, 카트에 담고야 만다.


그래서 매일 3시 반, 큰 아이는 몸에 좋은 블루베리랑 요거트를 먹을 때 

나는 칩과 초코파이를 와작 거리며 먹는다.

아이는 칩도 초코파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도 간식 끊기는 실패다.

트레킹도 반납한 거나 다름없다.

그래도 하늘은 파랬고, 꽃도 피었고, 기분은 맑음이다.


스컹크 홀로 공원 - 스컹크라니 뭔가 이상한 이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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