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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pr 03. 2023

감자샐러드 샌드위치

필라델피아 일상

오후 두 시 삼십사 분,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일월 서부여행을 끝내고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올랜도 여행을 계획했다. 아이들 학교 일정을 보니 이스터 기간에는 10일간 봄 방학이 있었다. 4월 2일에 필라델피아에서 출발해 6일 목요엘 늦게 올랜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로.


트레킹보다는 놀이공원이 취향인 딸을 위한 숙제 같은 여행이다. 십 년 전만 해도 놀이공원 입구가 현실에서 환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여겨졌는데, 놀이공원의 최종보스, 디즈니월드 앞에서 이렇게 담담하다니! 이럴 때는 나이가 들어가는 게 느껴진달까.


우리 비행기는 3시 20분. 12시 반에 우버보다 조금 싼 리프트를 예약했다. 삼겹살을 굽고 계란도 구워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다. 올랜도에 도착하면 저녁일 거니까. 행여나 배가 고플까 봐 감자샐러드 샌드위치를 챙겨 공항으로 왔다.


어릴 적 ’사라다’는 엄마가 즐겨 만드신 반찬이었다. 감자를 삶아서 으깨고, 계란도 삶아 으깨고, 사과랑 귤도 넣어서 마요네즈랑 설탕을 넣어 버무린 사라다.


가끔 엄마는 감자랑 계란을 으깨지 않고 깍둑 썰어서 넣으셨다.

사과인 줄 알고 ‘아삭’을 기대하고 씹었는데 ‘스륵‘이면 다음 젓가락질은 더 심사숙고하게 됐다. 감자와 사과를 더 잘 분별하려고 매의 눈으로 사라다를 노려보던 기억이 난다.

“대충 먹어!” 엄마는 결국 한소리 하셨지.


감자를 삶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줄 그때는 몰랐다. 주먹만 한 감자는 50분은 삶아야 익는다.

‘호호’ 손가락 끝을 불어가며 뜨거운 감자껍질을 벗겼다. 늘 좀 식기를 기다리지 않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 나도 똑같은 모양으로.


행여나 배가 고플까 봐 ‘감자샐러드’를 넣은 샌드위치를 챙겼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아니지만. 싫음 내가 다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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