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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y 06. 2023

브릿지 자세- 필라테스

필라델피아에서 운동하기

"배 좀 넣고 다녀."

아주 어릴 때부터 듣던 말이다.

뱃살이 문제인 줄만 알고 배에 잔뜩 힘을 주고 걸으면 허리가 더 아파질 뿐이었다.

그런데 배에 힘을 주고 걷는데도 배 넣고 걸으라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내 뱃살은 유난한 줄 알았다.

솔직히 먹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나만 유난히 배 넣고 다니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다이어트를 하기엔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핫도그, 햄버거, 아이스크림.

그리고 몸무게가 그렇게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최고 몸무게가 50킬로 정도였으니.


서른이 넘어서야 왜 배가 나왔는지 알게 됐다.

물론 뱃살도 있었지만 내 자세가 문제였다.

나는 정말 배를 내밀고 다녔던 거다.

허리와 골반을 앞으로 밀고 걸었기 때문에 원래 뱃살보다 훨씬 더 배가 나와 보였다.

날씬해 보이려고 배에 힘을 줄 때는 골반을 앞으로 더 밀었고 그래서 허리가 아팠던 거였다.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허리가 아팠다. 

하루는 계단에서 허리를 삐끗했는데 낫질 않고 허리 통증이 계속돼서 정형외과에 갔다.

CT를 찍었더니 척추분리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선천적인 거라고 했다.

3,4번 척추에 미세하게 금이 있었다.

뭐 아무래도 통증에 취약할 수밖에.

그런데 원래도 안 좋은 허리를 쭉 내밀고 다녔으니 통증을 달고 사는 건 당연했다.


둘째를 낳고 아이 둘을 아이를 안고 업고 키우다 또 허리를 삐끗했다. 

그때는 움직일 수조차 없어서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 사건 이후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 요가원에 갔을 때다.

남들은 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자세가 혼자 안 됐다.

두 팔을 무릎 아래에 깍지 끼고 몸을 웅크려 공처럼 등을 매트에 굴렸다 돌아오는 자세였다.

필라테스에서는 '롤링라이크어볼'이라고 불린다.

정말 쉬워 보였는데, 구르는 순간 나는 등으로 쿵 떨어졌다.

등을 말지 못했던 거다.

다시 해보려 했지만 역시 등을 말수가 없었다.

쿵 소리에 놀란 선생님이 다가와 대체 자세를 알려주셨다. 

누운 상태에서 두 손을 종아리 앞에서 깍지 끼고 몸을 동그랗게 마는 자세로 대체하라고 했다.


나중에야 그 자세는 척추를 부드럽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세라는 걸 깨달았다.

평생 배를 내밀고 다닌 사람이 시선은 배꼽에 두고 명치 쪽 등을 자연스럽게 말아 사뿐하게 굴렀다가 일어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던 거다.

운동을 한참 한 지금도 주말 운동을 쉰 월요일 아침에는 이 동작이 힘들다. 


그래서인지 필라테스 강사 과정을 할 때 '몸이 원하는 운동'을 맛보는 경험을 했다.


하루는 강사를 양성하는 선생님이 “필라테스 중에서 어떤 자세를 좋아하세요?”물었다.

“브릿지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왜요?”

"몸이 원하는 것 같은데. 자세히 이유는 모르겠어요." 대답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 몸은 왜 브릿지를 원하는지 생각했다.


브릿지 기본은 꼬리뼈를 마는 거다.

숨을 내쉬며 골반을 톱니바퀴 굴리듯 말아 그 힘으로 척추를 하나하나 분절해서 올린다.

어깨와 무릎이 서로 멀어진다고 생각하며 팽팽하게 길게 힘을 주고 앞 허벅지 팬티라인에 주름을 없앤다고 생각하며 골반을 들어 올린다.

무릎 간격은 골반 너비를 유지하고 엄지발가락도 떨어지지 않게 발바닥 전체는 바닥을 디딘다.

그러면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등으로 숨을 마시고 내쉬는 호흡에 다시 척추를 하나하나 분절해서 돌아온다.

그렇게 열 개를 하면 엉덩이가 뻐근하다.

게다가 척추 유연성에도 좋은 자세였다.

그래서 내 몸이 원하는 자세였던 거다.


브릿지를 한 다리를 들고, 리포머에서, 브릿지 자세에서 한 엉덩이씩 내리면서, 팔 동작과 함께 등등 응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브릿지는 매일 열 개씩!


그러고 보니 이제는 배 좀 넣고 다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가끔 복근 만져봐도 돼요? 하는 사람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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