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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y 14. 2023

꽈배기가 먹고 싶다고!

필라델피아 생활

나는 왜 매번 먹고 싶은 게 많은 걸까?

항상 먹고 싶은 게 있다.

오늘은 더우니까 비빔국수.

오늘은 깔끔하게 메밀소바.

오늘은 비가 오니까 감자탕.

분위기를 내고 싶으니까 연어구이랑 샐러드.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 느닷없이 꽈배기가 먹고 싶다.

아마 패더럴 도넛을 먹은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거기 유명하다며!

꽈배기랑 찹쌀도넛만 못한데!

패더럴 도넛이 나쁘진 않았다.

내가 느끼기엔 던킨 도넛의 절반만큼도 안 달았다.

도넛 치고 상큼한 라즈베리맛 도넛은 다시 생각날 만큼 맛있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나는 꽈배기가 맛있다.

밀가루 튀김인 건 같은데 왜 다른 거지?

도넛은 아이싱이 올라가고 꽈배기는 설탕을 묻기는 거라서?

꽈배기는 찹쌀가루가 들어가서?

재료 조합이 다른가?


여기는 미국, 꽈배기를 파는 곳이 차로 1시간 거리 이내에 있는 할까?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하던 꽈배기인데!

목요일마다 열리던 아파트 장터에서도, 화요일마다 열리던 옆 아파트 장터에서도 꽈배기를 팔았다.

가격도 한 개 500원이었는데!


그래, 어쩔 수 없이 만들 수밖에.

중력분을 척척 꺼내고, 건찹쌀가루도 꺼냈다.

우유와 이스트와 버터도.

얼마 전에 중고로 산 반죽기에 재료를 넣었다.

기계의 힘을 빌리니 어찌나 편한지!

한 시간 발효를 거쳐, 꽈배기 모양으로 만들고 다시 발효.

그리고 드디어 기름에 튀기는 시간이 됐다.


두근두근.

작은 팬에 기름을 부었다. 기름을 최대한 덜 쓰려고. 미국 식용 기름값이 장난이 아니다.

제일 먼저 꼬아 만든 꽈배기부터 기름에 풍덩.

뜨거운 기름에 들어가니 꽈배기는 몸집이 1.5배는 더 커졌다.

그런데 부풀어서 그런지 꽈배기가 풀렸다.

하나는 이상하게 풀려서 하트모양이 됐고, 5개는 위가 붙어 있는 11자 모양이 됐다.

2개만 그나마 꽈배기 형체를 유지했다.

역시 내가 뭘 만들면 뭔가 애매해진다.

꼬임이 풀리면 꽈배기가 아니잖아!


풀린 꽈배기 하나를 집어 얼른 입에 넣었다.

뭐야, 너무 안 달다.

분명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 설탕도 듬뿍 묻혔는데.

옆집 루마니아 할머니 창문으로도 기름냄새가 풍겼을 것 같았다.

똑똑

"한국 도넛 먹을래요? 근데 안 달아요."

"난 홈메이드는 다 좋아. 참! 맛없으면 반품가능한 거지?"

"하하. 반품가능입니다!"


따르릉

"나 꽈배기 구웠는데 2개 먹을래?"

동네 친한 동생한테도 2개.


야구 다녀온 아이들이 냠냠.

순식간에 8개 끝!


뭐, 애매하게 풀린 꽈배기긴 했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칭찬한다.

다음에는 좀 더 달게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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