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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y 22. 2023

신념이란? - 아미쉬마을

필라델피아 생활

 20년 전쯤 아미쉬 공동체라는 곳을 들었다.

‘자급자족하며 사는 공동체,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그땐 서울에서 자취하며 찌들어 살고 있었던 터라 아미쉬 공동체가 유토피아처럼 느껴졌다.

서로 도우며 농사를 짓고, 옷을 지어 입고, 정신없는 일상이 아닌 느린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공동체라고 생각했다. 



펜실베니아주에 살게 되면서 한 번은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 중 하나가 아미쉬마을이었다.

7개월이 지나도록 가지 못했다가 토요일 오후에 잡혀 있던 딸의 리틀리그 야구가 취소돼서 '오늘이 아미쉬마을에 갈 날'이다. 하고 한 시간을 달렸다.


아미쉬는 1800년대에 종교 탄압을 피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매노나이트 종파 중 하나라고 한다.

매노나이트는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아미쉬는 그 시절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미쉬 마을 투어 안내인은 아미쉬 사람이 아니었다. 안내인은 이제 은퇴했을 것 같은 백인 아주머니였다. 그가 어렸을 때는 공립학교에 아미쉬도 같이 다녔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아미쉬 아이들도 8학년까지는 공립학교 교육을 받았단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 아미쉬 마을에서 나가는 사람이 많아서 안 되겠네요. 세상 교육은 못쓰겠어요. 이제 교육도 우리가 담당할게요.' 이런 거였는지. 언젠가부터 아미쉬 공동체에서 학교를 지어서 교육도 분리되어 받는단다. 아미쉬 마을 사람들도 20세가 되면 마을에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공교육을 받았을 때는 이탈자가 많았을까?


아미쉬 마을을 떠났지만 대부분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아미쉬 마을 바깥보다 여기가 나아서 돌아온 걸까?' 

'지금까지 배운 교육은 아미쉬 교육이 전부니 마을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돌아온 건 아닐까?'

설명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안내인이 물었다.

"아미쉬 옷에 왜 시침핀이 있나요?"

"아미쉬는 단추나 지퍼처럼 반짝이는 건 뽐내는 물건이라 생각해서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피스 위아래를 시침핀으로 연결하죠."


누군가 질문했다.

"찔리지 않나요?"

"찔리겠죠." 안내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오~"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반응했다.


공개된 곳에는 농장과 학교가 있었다.

학교 벽에는 '세상과 아미쉬 교육의 차이점'이 쓰인 전지가 붙여져 있었다.

'세상은 진리가 뭔지 질문하고, 아미쉬는 진리를 믿는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 무작정 많이 노는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오만한 신념이었다.

무작정 잘 놀리면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신체도 튼튼하고 즐거운 유년시간을 추억으로 삼아 뭐든 잘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거라 생각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즐거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것 하나로 됐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에 와 있는 지금 조금 더 어릴 때부터 영어책을 읽어줄걸.

미리 아이를 키운 육아 선배가 연산은 시키라고 했을 때 연산을 시킬 걸 하고 조금은 후회한다.


아미쉬가 지키고 있는 신념은 뭘까?

그 신념이 틀렸다는 생각을 조금은 하지 않고 아이를 양육한다면 그것도 어떤 종류의 폭력이진 않을까.

종교적 신념으로 1800년대의 삶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아미쉬는 그렇게 살도록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강요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지금 내 시선은 마을 안내인의 어투와 함께 투어를 하던 사람들의 반응이 일부 반영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시선도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아미쉬 아이들은 엄마가 지어주신 깨끗한 옷을 입고 맨발로 다니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는 힘들다.

나는 다만 아이들이 공교육은 받기를 바랄 뿐이다.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를.


내가 가지고 있는 버려야 할 신념은 또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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