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주차를 하다가 기둥에 살짝 긁었다던가, 가벼운 접촉사고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흠집이 생겼거나 하는 경미한 상황. 이럴 땐 자동차 보험을 활용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갱신할 때 보험료가 오르는 빌미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자동차 사고, 어떻게 처리하는 게 효과적일까?
자차 보험이란?
자차 보험은 자기 차량 손해보험의 줄임말로 자동차 사고를 대비하는 보험이다. 자신의 차량이 입은 손해의 정도를 따져서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으로, 가입할 때 운전 경력이나 운전자의 범위, 교통법규 위반 여부 등 가입자의 조건을 다방면으로 따져서 보험료를 책정한다.
하지만 자차 보험으로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人) 보험에 외부 요인으로 다쳤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상해보험’과 몸에 병이 생겼을 때 보상받는 ‘질병보험‘이 있는데 자차 보험은 ‘상해보험’과 비슷하다. 즉, 사고로 인한 피해를 고치는 경우에만 자차 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노후 차량으로 인한 장비 고장은 보장 대상이 아니다.
넘지 말자! ‘할증기준금액’
보험이라 든든하긴 하지만, 문제는 보험료 할증이다. 자차 보험으로 사고 처리를 하게 되면 당장 수리비 걱정은 줄지만 동시에 할증이 발생! 보험료가 비.싸.진.다. 물론 모든 사고가 할증 대상은 아니다.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이라는 범위에 따라서 보험료 할증이 발생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은 보험료가 올라가는 기준으로, 보험 가입 시 50/100/150/200만 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수리 비용이 이 할증기준금액 구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기존 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차보험 처리를 할 때는 총 수리 비용의 20% 정도(최소 20만 원)를 자기 부담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할증기준금액을 넘지 않으면 된다.
예를 들어, 수리 비용이 100만 원 발생하는 사고가 났다고 치자. 내가 선택한 할증기준금액이 50만 원이라면, 자기부담금 20만 원을 내고 나머지 80만 원을 보험금으로 받는다. 이때는 30만 원이 초과되기 때문에 보험료 할증 대상이 된다. 물론 할증기준금액이 100만 원 이상이라면 할증을 피할 수 있다. 할증기준금액을 최대로 설정하는 것이 사고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쌓지 말자! ‘사고건수요율제’
하지만 할증기준금액을 최대로 설정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자차 보험은 수리 비용 금액뿐만 아니라, 사고 횟수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 특히 ‘사고건수요율제’라는 자동차 사고의 이력을 남기는 제도를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소소한 사고로 수리비가 귀엽게 나온다 해도, 3년 이내에 보험으로 처리한 이력이 있다면 보험료 할증 대상에 속한다. 사고 수리 비용과 상관없이 건당 적용을 받는데, 대략 1건이면 보험료가 12%, 2건이면 37%가량, 3건이면 무려 60% 이상에 달하는 할증이 붙는다. (이는 평균치이며, 실제 비율은 보험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원래 보험료가 100만 원이라고 할 때, 가벼운 한두 번의 사고가 쌓여 160만 원이 훌쩍 넘게 될 수도 있다! 성실한 무사고 운전자와 사고가 잦은 사고 다발 운전자의 보험료를 차별화하는 취지는 좋지만, 경미한 사고임에도 보험료가 할증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기엔 할증 폭이 무시무시하다.
사고 시 자차 처리, 할까? 말까?
결론은 이렇다. 어차피 자차 처리를 해도 자기부담금이 최소 20만 원이 발생하니 그 정도의 수리 비용은 그냥 셀프 처리하는 게 낫다. 온라인상에서는 50만 원 미만의 사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비용처리하라는 조언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수리비가 할증기준금액을 넘지 않아도 사고 건수가 기록되면 ‘무사고 할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자에 따라서 무사고 할인 폭이 천차만별이고, 3년 이상 무사고라면 약 8% 정도 보험료 할인도 받을 수 있으니 괜히 사고 이력을 남겨서 좋을 것은 없지 않은가. (보험사마다 할인 혜택은 다를 수 있음) 혹시라도 이미 경미한 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했다면 보험사에 전화해 보험 적용을 취소하면 된다. (다만 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서 가능 여부가 다를 수 있으니 보험사에 확인해보자.)
운전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따져본 후, 보험금을 수령해 자비 지출을 줄이는 것과 수리비를 지출하고 추후의 보험료 할증을 아끼는 것 중 더 손해가 적은 쪽을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쨌거나 자차 보험이 이렇게 깐깐한 기준을 가지고 있든 말든, 안전하게 사고 없이 운전을 하면 그만인 것. 안전 운전은 물론이고 다른 차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어 운전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