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봉지 이상의 약을 삼킨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팔다리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침대에서 바닥으로 다리를 내려놓는 순간, 나는 퍽-하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정신도 온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나는 엄마를 불렀던 것 같다.
“... 엄마.. 나... 다리가..”
엄마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당황스러움이 섞인 놀람과 함께 내게 왜 이런지 물었다.
엄마는 급하게 구급차를 불렀고 인근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함께 갔다.
이때 이미 나는 약에 중독되어 있어서 기억이 중간중간 끊어져 있었다. 위 세척을 했는지, 그저 링거를 맞았는지, 어떤 행위를 내 몸에 했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저 병원의 하얀색 천장에 불빛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잡힐 듯 안 잡힐 듯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의사가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했던 것 같았다.
“죽으려고 약 먹었어요?”
기억나는 유일한 의사의 말이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살기 위해 먹은 것이니까 말이다.
“아니요.”
이 말만은 정확히 했던 것 같다. 내가 자살 시도한 것이라고 오해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정말 살기 위해 약을 먹었고, 그것이 약물중독이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응급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지고, 며칠간 입원했다. 이때의 기억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데, 딱 하나 기억이 있다. 내게 약을 주기 위해 오는 간호사를 보며 오열을 한 것이다. 나는 엄마를 잡고, 미안하다며 잘못했다며 용서해 달라며 울었다.
“저 간호사는 나랑 비슷한 나이 같은데,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나는... 나는... 미안해.. 엄마.. 나는 약이나 먹고 입원하고, 일도 못하고, 엄마 이렇게 고생시키고, 미안해. 미안해.”
나는 나와 비슷한 간호사가 다녀갈 때마다 엄마에게 사과했고, 눈물을 흘렸다. 약 기운이 빠지고, 내가 온전한 정신이 들 때까지 나는 또래의 간호사와 나를 비교했다. 나는 닿을 수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