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내가 취업을 하지 못하자 자신이 아는 지인들을 통해 취업을 시켜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아빠가 좋은 사람인가? 생각했지만, 그동안의 아빠를 보았을 때, 나의 취업을 통해 또 다른 일거리를 맡기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나는 끝내, 아빠가 소개해준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불공정한 회사환경으로 인해 심각한 공황 증상으로 인해 나는 급하게 뛰쳐나올 정도로 우울증과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심한 사람이되었다.
회사 사무실의 조용한 분위기와 키보드 타자소리와 클릭 소리, 형광등의 뿌연 느낌은 나를 면접 날의 공간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사무실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압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상태를 본 아빠는 어린 시절부터 일을 해왔으니, 본격적으로 아빠의 일을 따라다니며 배우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아빠는 건축시공업을 하셨고, 사무실 일이 아닌 현장 일을 하는 계셨다.
집에서 아프다는 핑계로 일을 안 하고, 돈을 안 버는 나를 한심하게 생각했던 가족들은 아빠의 제안을 거절하지 말라며 나를 압박했다.
“야, 사무실 싫다며. 이건 사무실도 아닌데 해.”
“그래. 밖에서 하는 거니까. 괜찮을 거야.”
언니와 엄마가 번갈아 가며, 내게 권유했다.
나의 고민은 신경쓰지도 않고,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내게 계속 주었고, 얼떨결에 나는 그 일을 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아빠를 따라 현장에 출근했고, 공사판에 앉아있었다. 가끔 아빠가 시키는 일들을 했고, 다른 아저씨들이 일하는 것을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구경했다. 나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적당한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처음에는 그것만 하면 되는 줄 알고, 편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다.
아빠는 나를 일을 배우려온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신입사원으로 생각했다.
현장 하나가 끝나면 거기서 나온 돈으로 월급을 대신해서 준다고 했다. 현장은 3개월을 넘게 했고, 나는 3개월이 넘는 동안 월급 없이 매일 출근하고, 매일 일을 했다.
아빠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어서 내게 문자를 보내면, 10초도 안되서 전화를 걸었다.
“방금 문자 보냈는데 확인했어? 그거 사와.-”
나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아빠는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혹여나 내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나 2번 이상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아빠는 불같이 화를 냈다.
아빠의 전화가 올 때마다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전화 벨소리에 공황 증상이 나타났다.
하루 종일, 밖에서 아빠에게 시달리고 집에 들어오면 또 다시 아빠가 있었다.
아빠는 이제 서류 업무를 해야 했고, 나를 다시 불렀다.
중학교 때부터 해오던 서류 업무를 이제는 당당하게 요구하며 내게 일을 시켰다.
끝나지 않는 업무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