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죽음
"안타까운 소식 전해드립니다. 서울의 한 빌라에서 20대 청년이 사망한 지 1주일 만에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20대의 청년이 사망하고 1주일 동안 발견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인의 고독사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이미 많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청년 고독사에 문제도 붉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텔레비전 속에서 나오는 뉴스속보가 흘러나온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있던 한 여성은 뉴스 속보를 잠시 집중해서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맥주가 바닥에 떨어지며 하얀 거품과 탄산이 바닥을 적시고, 여성은 휴지를 가져와 바닥을 닦는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 비치는 빌라의 모습.
"우리 빌라잖아..?"
띵동- 그 순간. 벨이 울리고 여자는 긴장하며 문을 바라본다. 쉽사리 문을 열어주거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안 계세요!?"
바깥에서 한 남성이 소리치고, 한번 더 문을 두드린다. 쿵쿵-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는 남성의 행동에 움찔 놀라며 긴장하는 여성. 깊은숨을 내뱉고 바닥을 닦던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다.
"누구.. 시죠?"
"경찰입니다."
남성은 자신이 경찰이라고 말했다. 방금 전 보았던 뉴스가 정말 자신의 빌라에서 일어난 일임을 여성은 확신했다.
"경찰이요?"
하지만, 세상은 흉흉하고 쉽게 문을 열어줄 수는 없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초저녁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밤이다.
"예. 서초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이 빌라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했는데, 참고인 조사받으셔야 합니다."
"참고인이요? 제가 왜요?"
여성은 옆집이라는 말에 급박하게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경찰복을 입은 경찰 두 명. 한 명인 줄 알았는데, 두 명이었다.
"나오셨네. 서초경찰서 최수호 경위입니다. "
"네... 옆집이라고요? 101호?"
"많이 놀라셨죠. 네, 101호 청년이 오늘 낮 2시에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뉴스도 나왔는데, 못 보셨을까요?"
"아... 아..."
여성은 경찰 두 명 뒤에 있는 101호 팻말을 슬쩍 보았다. 문이 살짝 열려있고, 노란색 접근 금지 띠가 있는 듯했다.
'집에 들어오면서 왜 저걸 못 봤지? 저렇게 티를 내고 있었는데..!'
여성은 퇴근하며 집에 들어오던 순간을 기억해 냈다. 엄마와 통화를 하며 짜증을 내면서 현관문을 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파혼을 하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냐며 추궁하는 엄마의 말에 화가 나서 옆집을 신경 쓸 겨를 따위 자신에게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변명해야 했다.
"1주일 동안 사람이 인기척이 없었는데, 어떻게 모르셨죠?"
경찰의 첫 번째 질문부터 여성은 대답할 수 없었다. 말 문이 막혀버렸다.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1주일 동안이나 옆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걸 몰랐다. 당연히 몰랐다. 그게 당연한가? 언제부터 그게 당연했지? 여성의 기억 속에서 옆집에 살던 청년의 얼굴은 본건은 6개월 전 여름이었다. 박스에 가득 채운 재활용품을 나르던 20대 남성이었다. 그게 그와 마주쳤던 마지막 기억이다.
"죄송한데, 전 정말 몰랐습니다."
어쩐지 자신이 한 일이 아님에도 마치 죄인이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관심. 그것이 그 사람을 죽인 건 아닐까? 가장 가깝다면 가까운 또 멀다면 멀 수 있는 옆집사람인 내가. 욱. 속이 메슥거린다.
"욱.."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올라오고, 급하게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화장실 변기에 구토를 했다. 아까 빈속에 먹은 맥주가 목구멍을 긁으면서 올라왔다.
"괜찮으세요?"
밖에서 경찰이 그녀를 걱정하는 듯한 말이 들려왔지만 여성의 머릿속에는 여름에 만났던 그 청년의 얼굴이 아른거렸고 그가 시체가 되어 101호를 나오는 상상만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