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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외로움_02

_김 정훈

by 윤늘

김 정훈



"정훈이는 참 똑똑해. 4살때 한글을 다 떼고 5살때는 이미 구구단을 외우더라니까. "


정훈의 주변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정훈을 그렇게 기억했다. 그리고 커서도 그 아이가 똑똑하기를 내심 기대했고, 기대심이 가장 컸던 것은 그의 부모님이었다. 학창시절 그의 성적표가 부모의 성적표라고 생각하며 자존심을 세워되는 통에 초등학생이었던 정훈은 8군데에 학원을 다녀야 했다. 정훈의 집은 평범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수백,수천만원이 넘는 교육비를 정훈에게 아낌없이 투자했다. 당사자가 원하는지 아닌지는 단 한번도 묻지 않았다. 그저 부모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정훈이는 공부도 잘하고 착한아들이지. 엄마 실망시키지마."


부모는 아이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아이를 투명인간 취급을 했고 아이에게 실망감을 표현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차가운 태도가 두려웠던 정훈은 선택권이 없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했고 자기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따위는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저 부모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나쁜 아들이 되고 싶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가 되면서 정훈은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자신과 내면의 진짜 자신이 부딪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속였다. '공부를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야. 공부 잘해야 성공하지. ' 그렇게 그는 자신의 내면까지 속여가며 자신을 몰아부쳤다.


그러나, 그는 부모의 기대만큼 똑똑하거나 천재는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고3이 되고서야 자신이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목표는 높아져 있었고 목표를 이루지 않으면 자신은 무쓸모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밤낮없이 공부했다.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는 처참했고, 첫 수능은 실패했다. 부모님이 원하던 서울대 의대를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그의 낮은 성적으로는 겨우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들어갈 수있는 정도였다. 부모님은 실망했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건 정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그는 서울대 의대를 가기위해 재수, 삼수, 사수의 길을 걸었다.


그의 N수는 실패했고 그 끝은 군대였다. 부모님은 결국 그를 포기했다.


군대에 들어가니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이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자신이 오수를 해서 대학을 들어간다고 해도 쪽팔려서 도저히 다닐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말의 자존심이 그에게 남아있었다. 군대를 전역 후 집을 나오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고 자책했다. 그 원인은 모두 부모라고 믿었다.


집으로 돌아간 그는 부모에게 화를 냈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것은 부모라며 부모에게 악을 썼고, 분노했다.

부모는 울며 사과했고 그를 놓아주었다.


그날, 그는 영어 책 몇권과 볼펜 몇 자루, 노트북과 자신의 옷가지를 들고 집을 나왔다.

집을 나온 그가 갈수 있는 곳은 노량진의 고시원 뿐이었다.


노량진 고시원은 정훈이 살던 집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이었다. 돈도 얼마 없이 나왔기에 그가 갈 수 있는 방은 가장 안좋았다. 전에 살던 사람의 담배 쩐내와 곰팡이 냄새가 벽에 스며져있었고, 하수구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 이불과 침대를 참고 잠을 자야했다. 창문도 없어서 냄새를 뺄 수도 없었다. 매일 밤 욕을했고 그는 점점 우울해져갔다.


"이렇게 살순 없어."


고시원에서 살아간지 2주째 되던 날, 그는 이 역겨운 고시원방을 탈출하리라 결심했다. 곧 바로 인터넷을 뒤졌다. 몇 시간 동안 방법을 헤메던 그는 기적처럼 희망을 찾아냈다.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모집공고]


낮은 월세에 좋은 환경이었다. 자신의 수중에 있는 돈으로 살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공고는 마침 그날이 접수 마감날이었다. 정훈은 살면서 가장 빠른 판단력과 행동력을 동원해 접수를 했다.


한달 뒤 ,

그는 바늘 구멍 같은 확률로 백조빌라의 202호 주민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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