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 수호
[ 안녕하세요, 고객님. 달콤한 디저트와 감동을 전하는 커피를 만드는 선셋 커피입니다.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소중한 음료가 안전하게 배달되도록...]
그는 지금 배달어플로 주문한 커피가 흘러서 배달됐다는 민원에 댓글을 달고 있다. 이런 댓글에 잘못 대처했다가는 가뜩이나 없는 손님도 다 떨어져 나간다. 그는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답해야 할지 10분째 고민하고 있다.
/띠링- 배달의민족 주문!
그 와중에 또 배달주문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수호는 댓글을 달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문서를 확인했다. 주문 들어온 것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3잔과 크로와상 2개. 2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의 주문서였다. 일주일 동안 하루 매출 평균 10만 원. 오늘은 마감 30분 전인데 이 주문이 3번째 주문이었고, 평균 10만 원의 한참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30세. 호기롭게 장사를 하겠다며 1년간 바짝 낮에는 카페 알바, 저녁에는 학원 강사일을 하면서 4천만 원을 모았다. 서울에 상가 임대료로도 한참 부족한 돈이었기에 그는 대출을 받았고, 8천만 원의 자금으로 지금의 '선셋 커피'를 차렸다. 23살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면서 호주에서 바라본 선셋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이 카페를 차린다면 선셋이라는 이름으로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년 동안 카페알바를 하면서 사장이 하는 일을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사장이라는 역할이 하는 일이 딱히 없어 보였다. 왠지 그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막상 사장이 되고 1달이 되었을 때,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했다. 사장은 정말 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나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초보 사장님은.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해야 하는 건 수백 가지였다.
한 달이 되었을 때는 처음이니까 초반이니까, 장사가 잘 안 될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자신이 나름 개발한 특별 메뉴도 있고, 인테리어도 선셋느낌에 화려하진 않지만 트렌디한 카페였다. 수호는 3달까지 자신이 원했던 매출의 반도 나오지 않았다. 점점 그의 재정상태가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지금처럼 매출이 계속되면 1년, 아니 6개월도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에 목이 죄여왔다.
그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 자신의 전세 집을 빼기로 마음먹는다. 전세자금 1억. 그 돈이면 1년은 넉넉하게 버티며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주변에 친구들이 모두 말렸다. 부모님도 그러지 말라며 그를 뜯어말렸지만
그는 지금 자신의 카페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완전히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집념에 사로 잡혀 있었고 그는 집을 옮겼다. 남들이 절대 거기만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그곳으로.
1989년에 지어진 빌라이고 거의 무너져 내리고 국가 소유여서 인테리어도 마음대로 못하는 곳이라며 잘 못 들어갔다가는 89년도의 벽지 그대로 사용하고 살 수도 있다며 그런 곳에서 살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는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당장에 1억이라는 돈이 생기고 4천의 빚을 갚아도 6천이 남았다. 백조빌라에 들어가는 보증금과 월세를 빼도 5천만 원이 남았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 백조빌라 301호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