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by 윤늘

청록색의 불빛이 깜빡거리며 노랗게 일어난 벽지가 일그러진 얼굴을 지닌 작은 공간에서는 쾌쾌하고 찝찝한 냄새까지 났다. 옥색의 오래된 싱크대 하나와 선반 위에 놓여있는 몇 개의 커피잔이 덩그러니 있다. 사람 키보다 작은 누런색 냉장고, 냉장고 위에 커피믹스 상자가 놓여 있고, 간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커피포트가 삐딱하게 놓여있다. 그 공간에 곱슬머리 여자 직원이 터벅터벅 들어왔다. 2개월 전 들어온 신입사원이자 경리직원인 김양이었다. 다 마신 커피잔 3개가 놓여있는 쟁반을 내려놓는다.


“하.. 씨발.”


김양은 경리직원이지만 이제 겨우 25살 먹은 어린 여자이다. 갈색의 머리칼은 몇 번의 염색과 파마로 곱슬거리고, 풍선처럼 부풀어 있어 멀리서 보면 40대 아줌마처럼 보였다. 더욱이 쓰고 다니는 안경은 동그란 알의 검은 뿔테안경이고, 화장도 안 한 채 민얼굴로 회사를 다녔다. 그나마 멀쩡한 것은 옷인데, 무릎정도 오는 정장치마에 항상 같은 분홍색 블라우스를 입고 다녔다. 늘 회사용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화장도 좀 하고, 머리는 그게 뭐야? 네가 손님맞이하는 역할인데 손님들이 널 보면 우리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겠냐? 아오... 됐다. 됐어.”


방금 전, 사무실에서 과장이 김양에게 소리치며 말한 것이다. 과장은 본사 사장님이 방문하면 바짝 긴장하고 깍듯하게 인사한다. 옆에 다른 직원들도 따라서 인사를 한다. 과장은 소장실로 안내하고, 김양은 빠르게 탕비실로 들어간다. 커피 세 잔을 타서 나와 소장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어느새 과장이 빼꼼 문을 열고 커피가 놓여있는 쟁반을 가로채 간다.


“가봐.”


두꺼비 같이 생긴 본사 사장은 올 때마다 저 말을 하고 간다. 소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두어 번 더 잘해라고 언급하였고, 소장의 등은 새우등처럼 접히며 이렇게 대답한다.


“예, 잘하겠습니다. 사장님.”

“그래, 허 과장도 다음에 식사나 한번 하지.”


사장은 손을 뻗어 과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과장은 사장의 손을 넙죽 두 손으로 잡으며 소장보다 더 새우등이 되어 악수를 한다.


“예. 영광입니다. 사장님.”


사장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른 직원들에게 힐끗 시선을 남기고 돌아선다. 사장이 자기가 타고 온 은회색의 벤츠를 타고 갈 때까지 소장과 과장은 그 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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