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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Apr 03. 2024

주는 것이 당연했던 아이

나눔

어린 시절부터 내것은 많이 없었다. 가족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동의하지 않는다. 네가 얼마나 욕심이 많았던 아이였는지 화를 낸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그렇지 않다. 오늘은 언니와 동생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언니는 똑 부러지고, 예쁜 편에 속한 여성스러운 상이었다. 첫째이고 공부도 잘했기에 부모님의 경제적 지지를 받았다. 물론 아버지의 폭력성은 언니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상하게 언니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공주”라고 칭했다. 내게 “돼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나는 통통했고 어린 시절 언니가 동생을 놀리는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주는 욕심이 많았다. 돼지가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면 보지 못하고 뺐어갔다.


공주는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 밥을 차리는 것도 어린 남동생을 돌보는 것도 할 줄 모른다.라는 이유로 내게 다 시켰다. 8살부터 밥을 하고, 이유식을 만들었던 내 어린 시절과 다르게 언니는 19살이 되도록 밥을 하지 못했다.


언니는 내 물건을 탐하는 것도 심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예쁜 물건이 생기면 자기를 달라며 수백 번 말했다. 조건은 없었다. 그저 달라고 수백 번 말했다. 사람을 질리게 하는 방법이었다.


“줘. 주라고. 주면 안 돼? 갖고 싶어. 줘. “


사람을 질리게 하는 집요함이 있었다. 본인이 원하는 게 있는데 내가 집에 안 들어왔던 날은 내게 100통의 전화를 한 적도 있다. 내가 친구들이랑 노는 동안에 전화를 못 보고 있었을 때였다.


“너는 왜 전화를 안 받아!! 올 때 홈런볼 사 오라고 시키려고 했는데!!”


이유는 그거였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날은 100통의 전화를 하거나, 아빠의 전화기로 내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아빠를 무서워하는 것을 알았기에 이용한 것이었다. 그럴 때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어린 시절부터 뺏기고, 집착을 당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어서 ‘버티는 것보다 줘버리자. 찡얼대는거 듣기보다 해줘 버리자.’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게 익숙해졌고, 가족들도 그걸 기가 막히게 이용했다. 조금만 찡얼 대도 다 해주는 애.라고 생각했다.


싸우고, 안 해주면 싸가지없는 년이 되는 건 “나”였다.



동생은 언니와 비슷했다. 막내로 태어났고, 사랑을 많이 받았다. 욕심이 많고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져야 했다. 남동생이었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터라 웬만하면 나눠주고 챙겨주었다. 본인을 얼리어답터라고 칭했다. 어떻게는 유행하는 것을 사야 했고, 거짓말을 쳐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거짓말을 유독 잘하는 아이였는데, 이것은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동생이 중학교 때부터 아빠는 남동생과 우리 (언니와 나)를 비교했다.


“네 누나들처럼 공부해서 대학 갈 거면 가지도마.”


아빠가 공부로 우리를 무시하는 것을 보고 자라서였을까? 동생은 누나들을 무시했다.


“누나는 이것도 몰라? 이거는 알아? ”와 같은 공부 질문을 종종 했었는데, 어린 시절에 뭘 모르고 한 질문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동생은 누나들보다 공부를 못했다. 아빠의 기대와는 다르게 낮은 성적을 가져왔고, 집안은 한바탕 전쟁이었다. 그 후 동생은 지난날의 과오를 사과했다.



 그렇게 자라온 나는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조금 빼앗겨도 갖고 싶었구나. 하고 넘기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사회에서 칭하는 “호구”가 되어있었다. 그것을 인지한 것은 과거의 나를 알고부터였다.


대학교 때 우연히 상담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때 나의 행동과 말투는 과거의 나로부터 축적되어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린 시절 언니에게서 내 것을 지켜내고, 화를 내고 싸웠더라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과거이고 지나간 일이니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달라져야 했다. 나의 것을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으니, 남에게 내 것을 쉽게 내어주는 것을 고쳤다. 싸우고 화내는 것은 힘들지만 해야 한다면 이 악물고 싸웠다. 그래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나를 잃는 일이 없도록 나의 것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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