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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Apr 17. 2024

대학교

선택

 고등학교 시절도 내게만 우리 집이 가난했다. 아빠의 사업이 중학교 때 한번 망하고, 고등학교 때쯤에 한번 또 망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인생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니까.


언니가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한다고 했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고, 언니는 재수생이 되었다. 그리고 또 우리 집은 망했다.  부모님은 또다시 생활비를 털어 언니의 재수비용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재수학원비가 너무 비싸니 아껴살아야한다."


시골에 박혀서 공부하는 기숙학원에 언니를 보내고, 부모님과 초등학생 동생과 내가 빠듯하게 살아갔다. 그렇게 언니의 재수를 온 가족이 도왔다. 그리고 언니는 재수를 실패했다.


대학을 가지 않는다고 선언했고, 엄마는 절대 안 된다며 나를 붙잡고 원서를 넣자고 했다. 컴퓨터를 할 줄 아는 건 나뿐이라며 엄마는 내게 의지했다. 정시의 마지막 끝자락에 문을 닫고 언니는 대학에 들어갔다. 본인의 의견은 하나도 없는 엄마와 나의 의견대로 말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재수까지 했는데 대학을 실패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은 뒷바라지한 언니의 성적표에 실망을 하여서였는지 내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대학도 내가 정해서 가라고 하고, 수시 면접을 보러 가는 것도 혼자 다녔다.


언니가 수시를 보러 다닐 때는 10 군데면 10군데를 부모님이 항상 데리러 가고, 데려왔었지만 부모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 언니 해보니까 따라가면 다 떨어져. 그냥 혼자 가라."


그렇게 나는 면접을 혼자 보러 다녔다. 딱 한번 엄마와 전주에 있는 대학교 면접을 보러 간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혼자 가라 하고, 대학교를 골라와도 별 말없이 관심을 주지 않았던 부모님의 태도에 서러움을 느꼈다.

차별과 방치.


나는 방치되어 키워진 양 같았다.


알아서 집에 들어오고, 알아서 밥을 먹고 쑥쑥 자라는 것이 방목하여 키운 양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나를 엄마는 이렇게 칭했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애. '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 아이.


내 꿈은 요리사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부모님께 요리학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모두 거절당했다. 꿈을 향한 마음은 강했고, 집에서 책을 사서 요리를 하거나 빵을 구워서 친구들을 나눠주기도 했다. 학교에서 열린 요리대회에 나가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도 나의 부모님은 절대 지원해 주지 않으셨다.

교육에 열정적인 부모님의 태도와는 다른 행동을 내게 보여주셨다.


더 못한 환경과 역경에도 꿈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고 되새겼다. 내가 지금 하는 불만들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요리사가 되는 날을 상상했다.



그리고 대학교를 지원하는 순간, 두 가지 길에서 망설였다.


요리와 건축

 갑자기 왜 건축?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뜬금없지만 아빠의 권유였다. 내게 어떤 것을 해라.라고 말한 것이 별로 없었는데 아빠는 건축을 하라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아빠의 직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멍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빠의 권유가 관심이생각했고,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내게 관심 가져주는 모습이 기뻤고, 선택을 하는 순간에 결정적으로 다가왔다.


한 대학은 요리를 다른 대학은 건축을 지원했고, 둘 다 합격한 것이었다.


나는 아빠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아빠 나 대학교 합격했어! 요리학과!!"

"어. 그래."


처음 요리학과를 합격했을 때 아빠의 반응은 무뚝뚝했다.  그리고 두 번째 건축학과를 합격해서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나 건축학과 합격했어!"

"어!! 축하한다!! 잘됐네! "


확연한 차이. 5년간 요리를 하겠다고 노력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아빠의 저 반응 한 번으로 무너져버렸다. 바위처럼 딱딱한 것 같았던 마음이 사실은 설탕 덩어리였던 것처럼 바스러졌다. 아빠에게 관심받고 싶었던 어린아이였던 나는 결국 요리를 포기했다.


애초에 내가 요리를 하는 것은 부모님에 선택지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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