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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y 07. 2024

낙타

삶의 무게

처음 가족의 품을 벗어났을 때, 나는 한 마리 낙타였다.

등에는 내 몸 만한 가방을 지고, 양손에는 나의 소중한 것들을 꽉꽉 눌러 담은 캐리어를 끌며 

낙타처럼 가득 짊어지고 집을 나왔다.


나라는 사람의 무게는 가볍지 않아서 힘겹게 걸음을 떼야했지만 

가야 할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아 두리번거리며 길을 잃었지만

혼자라는 슬픔이 몰려오는 날에는 외롭고 고됐지만

그럼에도 사막 위에 있는 낙타처럼 꿋꿋하게 걸어갔다.


내게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은 아니었다.

내가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무게, 내가 걸어갈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걸어가고, 또 쉬어가고, 걸어가는 것을 반복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생각했다.


저 사막 넘어 언덕 넘어 굽이굽이 가다 보면 만나겠지.

내가 찾던 오아시스가 분명히 있을 거야. 아니 없어도 괜찮아. 

나의 삶을 내가 책임진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것만큼 의미 있던 일이 내게 있었던가


고난과 역경이 몰아치는 이 사막 위에서도 

걸어가고, 뛰어가고, 쉬어가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나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기에 지치지 않고

또 걸어갈 수 있는 행복한 낙타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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