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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r 20. 2024

우울증은 무슨?
일하기 싫어서 뻥 치는 거야.

숨을 곳이 필요해

여느 때처럼 힘이 없이 침대 속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불은 꺼져있었고,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밖에서 엄마와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는 힘들다는 거 우울증이라는 거 다 거짓말이야."


톡 쏘는 목소리로 언니가 말했다. 그리고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왜?"


엄마는 덤덤하게 되물었다. 


"지 필요할 때만 우울하다하잖아. 남자친구 다 만나고, 놀 거 다 놀고 일은 안 하고, 그게 무슨 우울증이야."

"아프다잖아."

"간헐적 우울증이야. 내쫓아버려."


방문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한 글자 한 글자 망치로 못을 두드리듯 가슴속에 박혔다. 


쾅- 쾅- 쾅- 


당장 나가서 '아니야.'라고 말해야 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흐느끼는 목소리가 혹여나 들릴까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우는 것이 들킨다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까. 몸이 덜덜 떨렸다.


세상에서, 사회에서, 학교에서, 집으로 집에서 방으로 그리고 이불속으로 그리고 그다음은 … 


'나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데…'


밖에서는 여전히 열띤 토론을 했다. 


"다른 애들 동생들은 열심히 사는데, 내 동생은 집에서 놀면서 우울증이라고 하고, 남자친구는 만나고 그게 무슨 우울증이야. 지 필요할 때만 우울증이면 나도 우울해. 세상에 안우울한 사람이 어딨어?"

"그만해라."

"아 됐어. 진짜 엄마도 적당히 해. 그렇게 감싸니까 애가 그래도 되는 줄 아는 거야."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언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은 유독 길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남자친구에게 헤어짐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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