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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r 23. 2024

왕따를 당할만했던 아이

은근한 따돌림

14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학기 초 반에 전학생 참새양이 왔다. 참새양은 날라리였다. 당시 부반장이었던 내게 선생님이 부탁했다.


"참새양과 친하게 지내렴."


처음에 나는 참새양을 잘 챙겨줬다. 나와 친했던 비둘기친구가 내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참새 마음에 안 들어. 너 참새랑 놀 거면 나랑 못 놀아."


아...나는 비둘기가 좋았다. 참새랑 비둘기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비둘기였다. 그렇게 나는 참새를 내팽개치고 비둘기와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참새와 비둘기가 친구가 되어있었다.


내게는 인생 최대의 배신이었다. 나는 비둘기에게 물어보았다.


"너 어떻게 참새가 싫다면서 날 배신하고 친구가 될 수 있어?"

"좋아질 수도 있는 거지 뭐."


비둘기는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오히려 나를 배척했다. 그 후로 이상하게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다. 점점 친구들이 나를 욕하고 멀어졌다. 비둘기와 참새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모였다. 허울뿐인 부반장이 되었다.

출처:나무위키

학교에서 짝을 만들어주면 내 옆에 앉는 아이는 짜증을 냈다. 그리고 내게 말을 걸지 말라고 했다.  조를 만들거나 숙제를 같이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모두 나를 피했다. 은근한 따돌림.


함께
밥을 먹어주는 친구도
등하교를 같이 하는 친구도
조를 짜서 숙제를 같이하는 친구도
쉬는 시간에 소소하게 떠들어 주는 친구도

없었다. 단 한 명의 친구도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다.

담임선생님께 찾아갔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 제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거 같아요. 도와주세요."


담임선생님은 정색을 하며 내게 말했다.


" 아이들을 나쁘게 몰아가지 말아라.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네가 이상한 거다."


그 후로 나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갈 수 없었다. 그저 혼자 싸우고 견뎌내야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짝꿍을 할 수 있도록 선착순으로 자리를 정하도록 해준 적이 있다. 나는 원하는 짝은 없었지만 맨 뒷자리 맨 구석의 자리에 앉고 싶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 학교에 갔다. 가방을 가지고 학교에 간 후 책상에 내 가방을 올려두었다.

핸드폰으로 시계와 책상에 올려진 내 가방에 사진을 찍었다.

집에 다시 갔다가 자고 오려고 한 거였다. 어쨌든 일찍 온 거였으니 된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왜 이 자리에 가방이 있어? 이러면 새벽 5시에 왔었다는 증거를 남긴 거였다.


7시 50분. 다시 등교를 했다.

내 가방은 멘 앞 책상에 놓여있었다. 눈물이 왈칵 나오려는 것을 꾹꾹 눌러 담았다.  어쩔 수 없이 앞자리에 앉았다. 뒤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수업을 준비하라고 하고 나갈 때쯤 담임을 붙잡았다.

그리고 부당한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새벽에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었다.


"새벽 5시에 와서 가방을 놓고 잠시 집에 다녀온 거였어요. 누군가 제 가방을 멘 앞자리에 놔둔 거고요."


선생님은 내게 언성을 높였다.


"그걸 왜 지금말하니? 네가 애들한테 직접 말했어야지.

그리고 이제 와서 말을 하면 걔네야말로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하는데

그건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앉아. 네 잘못이야."


잡을 수 있던 동아줄이라고 믿었던 것은 끊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혹시나 했던 마음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학생과 선생님의 사이의 믿음과 신뢰라는 단어는 더 이상 없었다.


소녀는 매일 밤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몇번의 자살시도를 했다.

마음 한구석에 깊은 어둠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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