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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r 23. 2024

쟤는 특이하고 이상해.

우리니까 말해주는 거야.

어릴 적부터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

“쟤는 특이해.”


엄마는 늘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취향이 독특하다. 특이하다./

나는 내가 그렇게 특별하거나 특이하다고 할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늘 그런 말을 했다.


언젠가는 해골이 들어간 비니를 갖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멋을 부리고 싶어서 그 비니를 골랐다. 엄마는 이상한 걸 고른다며 타박을 했다. 반짝이는 해골이 예쁜 비니였다.


“얘는 참 이상한 걸 갖고 싶다하더라. ”


언니는 여성스러운 취향이었고, 나는 조금 남성적이거나 중성적인 것을 선호했을 뿐이었다. 엄마는 언니와 늘 비교해 가며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어린 시절 유독 남자인 친구들이 많았다. 딱지치기를 하고, 칼싸움을 하면서 놀았다. 엄마는 그런 나를 걱정스럽게 생각했다.  


“쟤는 여자친구는 없어. 특이해. 걱정이야.”


남자인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훨씬 재밌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억지로 여자친구들에게 나와 놀아주라며 부탁했다. 서서히 여자친구들과만 친해졌다.


 어릴 적부터 특이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 특이한 것이 마치 잘못 같았다. 언니와 비슷하게 여자 친구들과 놀아야 했고, 여성스러운 색의 옷을 골라야 했다. 내 색은 용납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엄마가 사다 주는 옷만 입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다. 사춘기 소녀가 되고, 다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처럼 치마를 줄였다. 엄마는 반대했지만 3센티 정도라도 줄여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렇게 짧아진 치마를 입고 길을 걷던 중 한 남학생이 지나가며 나를 가리켰다.


“돼지네.”


어릴 적부터 통통한 체격이라 자주 돼지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지나가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들었던 건 처음이었다. 수치심이 들고 화가 났다.


나는 울면서 집에 왔다. 가족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엄마는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 그 두꺼운 다리를 내놓고 다니면 어떻게 하니? 남들이 욕하잖아. 살을 빼던지 치마는 왜 줄여? 우리니까 너 밖에 나가서 욕먹지 말라고 해주는 말이야. "


어이가 없었다. 가족이라면 내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나가서 욕먹는 것보다 집에서 욕먹고 정신 차리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언니는 옆에서 우는 나를 놀리며 이렇게 거들었다.


 “그래 맞아. 남들 눈도 생각해줘야 하는 거야. 알겠어?”


가족들은 모두 나를 비난했다. 내가 뚱뚱하고, 치마를 짧게 하고 나간 것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라고 했다. 어리고 여린 14살의 여중생은 교복치마가 너무 싫었다. 가지고 있던 다른 치마들도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화장을 하면 “살이나 빼라. 호박에 줄 그었냐.” 등의 말을 서슴없이 했다. 중학생이 화장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서 훈육을 위해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어린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내기에 충분했다.


꾸미고, 예뻐지고 싶었던 나비가 날지도 못한 채, 날개 끝부터 서서히 불에 지져지는 듯했다. 끝에서부터 서서히 나비 전체를 태워버리는 불. 반항하지도 못한 채 새까맣게 타버린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 내내 꾸밀 줄도 모르고, 통통한 체격의 여자애는 자존감까지 잃어버렸다.


우울한 감정이 매일 들었다. 왜 우울한지도 몰랐다.


한 가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내편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14살 여중생은 나약한 존재이자 괴롭히기 좋은 먹잇감이 되어있었다. 반 아이들도 기가 막히게 그걸 알아보았다. 예민한 사춘기의 그 시절 가혹한 사막이 시작되었다.


왕따


별 이유도 없이 왕따가 되어있었다. 학기 초 친구들과 잘 어울려 부반장까지 했다. 그런 내가 한두 달 뒤 재수가 없다며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체격이 컸던 터라, 신체적인 폭력은 없었다. 숨 막히는 무언가, 눈치를 주는 듯한 말투 은근한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학교에 가도 지옥,

집에 와도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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