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은 천천히 오랜 시간 동안 내면 속에서 자라왔다. 외면의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걸지도 모른다. - 우울함은 깊은 곳에서부터 점점 넓혀가고 그 존재를 키워갔다. 외면의 내가 알아챌 때까지 우울은 점점 거대해져 갔다.
23살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나의 우울을 만났다.
나는 그저 8평의 자취방에 혼자 앉아 있었고, 혼자 멍하니 키우던 화분을 바라봤을 뿐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사건도 없이 화분을 보며 생각했다.
'화분에 물을 줘야 하나?'
그 생각 끝에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똑- 똑-
"나 왜... 울지?"
손 등으로 눈물을 훔쳤고, 훔친 눈물이 닦이면 또 눈물이 흘렀다.
병에 물이 가득 차버려서 넘쳐흐르듯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한 번 시작된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내 눈에서 흐르는 것은 더 이상 그냥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외면했던 내면의 슬픔, 아픔, 고통, 연민, 후회, 상처, 그리고 사랑받고자 했던 마음이었다.
우울은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우울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숨이 꺽꺽 넘어가면서도 감정을 토해냈다.
그동안의 설움과 나의 멍청했던 과거와 나의 모든 잘못, 나의 헛된 희망들이 나를 괴롭혔다.
해가 지고 밤이 되고 새벽이 되도록 불 꺼진 자취방에 앉아 나는 나를 눈물로 지워갔다.
딱 한 가지 바람은 이 작은 공간에서 아무도 모르게 내가 사라지는 것이었다.